공시가 현실화 내세워 다주택자 '세금폭탄'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 면제 통해 퇴로까지 확보서울집값 일부 진정되겠지만 양극화 심화
  • ▲ 내년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국토교통부
    ▲ 내년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국토교통부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을 시세의 최고 80%까지 올린다. 이는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해 집을 팔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국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17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통해 내년 공시가격을 시가 9억원 이상 15억원 미만 아파트는 70%, 1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아파트는 75%,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8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독주택도 공시가율이 상향 조정된다.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율은 55%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현재 단독주택이 현실화율은 53%에 그치고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특히 강남권 일부 단지와 같이 시세가 크게 상승했거나 시세 9억원 이상인 경우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율 제고분이 반영돼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크게 인상될 수 있다.

    실제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강남의 시세 20억원 이상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경우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2배 이상 오른 6558만원에 이른다. 결국 고가 주택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는 신호다.

    국토부는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앞서 전날 기획재정부 등 관련 관계부처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초고강도 규제책을 내놨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과 맥을 같이한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하는 등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조정대상지역내 10년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내년 6월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6개월이라는 기간을 설정해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이번 기회에 주택을 처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늘 발표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이번 대책은 워낙 강도가 강하다 보니 단기적으로 급등한 서울집값은 어느정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서울에서 집을 사기 더욱 어려워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의 주택들은 결국 '현금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를 강화하는 과세정책으로 주택보유자의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유인퇴로는 여전히 좁아 보인다"며 "대출길이 막히면서 예비 주택구입자의 시장 진입문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