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순익, 반 토막… 이익률도 '뚝'차입금 2배 껑충… 부채비율 5년새 '최고'업황 침체-재무부담 우려 불구 '글로벌성장추진실' 신설 눈길
  • ▲ SK루브리컨츠. ⓒ성재용 기자
    ▲ SK루브리컨츠. ⓒ성재용 기자

    세계 3위 윤활기유 제조·판매업체인 SK루브리컨츠가 영업성적과 재무성과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증설 여파와 수요 침체로 수익성이 낮아진 가운데 차입금 증가로 재무건전성까지 저하됐다.

    업황 개선 시그널은 좀처럼 찾기 힘든 상황인데다, 중기 투자 계획과 고배당 성향을 감안하면 재무부담마저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선임된 차규탁 신임 사장 역시 시장다변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3분기 연결 기준 SK루브리컨츠는 매출 2조7539억원, 영업이익 2189억원의 영업성적을 올렸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38%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3866억원에서 43.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7.95%)과 순이익(1414억원)은 직전 3년 평균(15.4%, 2748억원)에 비해 각각 -7.45%p, -48.5%를 기록하면서 반 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3분기 기준 매출액의 89.0%를 차지하는 윤활기유 부문의 부진이 컸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967억원으로, 2017년 3768억원, 지난해 339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11.9% △2017년 10.3% △2018년 8.56%에 이어 올해는 5.03%에 그치면서 3년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다른 축인 윤활유 부문은 외형이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부문 매출액은 4827억원으로, 2017년 5379억원, 지난해 5225억원에 이어 2년째 줄어들었다. 매출 비중은 △2016년 16.5% △2017년 12.8% △2018년 11.6%에 이어 올해는 10.9%에 그치면서 3년 연속 축소됐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윤활기유 부문은 올 들어 글로벌 증설 영향으로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하고, 스프레드도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저하됐다"며 "윤활유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수익성은 회복됐으나, 올 들어 공급 증가 및 수요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재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사업인 윤활기유 부문의 판매량은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 기유의 비중이 75% 안팎이며 나머지는 중급 윤활기유인 Ⅱ 기유 제품인 것으로 파악된다.

    윤활기유 시장은 품질 및 성상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다. 미국석유협회(API) 기준에 따라 다섯 그룹을 분리되며 이 중 그룹Ⅰ~Ⅲ 기유가 전체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Ⅰ 기유는 점도지수가 낮은 범용기유로, 선박용 및 산업용 윤활유의 원료로 주요 사용되며 Ⅱ 이상의 경우 주로 자동차용 윤활유의 원료로 사용된다.

    그룹Ⅰ 기유는 약 60%에 이르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성능 및 사용수명이 열위해 수요가 성장성 둔화 또는 시장 축소를 보이고 있으며 배기가스 감축 노력 등 환경규제 강화, 고성능·고효율 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Ⅱ, Ⅲ 기유로의 수요 대체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전체 윤활기유 수요는 윤활유 수요의 정체로 1.0% 이내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그룹Ⅲ 기유의 경우 지속 성장해 2017~2018년 연 평균 12.8% 성장률을 시현했다. 2022년에는 전체 윤활기유 중 14.6%의 비중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장세는 둔화돼 2017~2022년 3.4% 수준의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 전반의 과잉공급 기조와 수요 정체 양상으로 큰 폭의 성장이 어려워진 셈이다. 게다가 당분간 산업 내 신규설비 가동에 따른 수급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그룹Ⅲ 기유의 생산능력이 수요증가율을 상회함에 따라 해당 제품군의 글로벌 수급은 초과공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Ⅱ, Ⅲ 기유의 양호한 수요전망에도 중국, 중동의 정제설비 투자 확대에 수반된 생산설비 증설 전망을 감안하면 초과공급 상태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섞어 생산하는 윤활유는 엔진오일, 터빈유, 기어유 등으로 그 쓰임새가 광범위해 자동차산업, 선박산업, 전기·전자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연비 및 환경규제 강화로 고급 윤활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품질 향상에 따라 교체주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2018년 3분기 기준 국내 윤활유시장 전체 수요의 약 34%를 차지하는 핵심 전방수요처인 자동차산업 내 윤활유 교환주기 연장, 일 평균 주행거리 감소, 대당 윤활유 소비량 감소세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국내 윤활유시장은 부진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윤활유 완제품시장의 경우 과잉공급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수요의 성장성이 높지 않고,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시장 경쟁 강도가 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국내 윤활유시장의 저성장 국면 및 글로벌 윤활유 업체와의 경쟁 등 대내외 사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대내외 경기변동으로 인한 전방산업의 수요에 따라 국내 및 글로벌 윤활유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경우 경쟁 심화, 수익성 악화 등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문제는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부채는 모두 1조5343억원으로,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부채는 올해보다 34.7% 낮은 1조1385억원이다. 부채비율도 5년 중 최고치인 99.9%를 기록했다. 5년 평균 부채비율은 77.1%이며 최저치인 56.1%(2017년)에 비해 43.7%p나 뛰었다.

    3분기 기준 지난해(3288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사채(6278억원)를 비롯한 차입금 증가(4089억→6814억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2.3%에서 44.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제약하는 최근의 높은 배당 성향과 중기적 투자소요 증가 등은 현금흐름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부터 연간 3000억원을 초과하는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며 부족자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서는 수익창출력 저하와 3916억원의 배당 지급으로 잉여현금흐름이 15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윤활유 사업기반 강화, 해외 윤활기유 신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추진 과정에서 변동가능성은 있으나, 2020~2022년간 총 4000억원을 상회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의 사업다각화 투자로 고배당금 기조가 지속될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최근 SK그룹 인사를 통해 승진한 차규탁 신임 사장의 선임 배경에서도 적극적 투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또 SK루브리컨츠는 글로벌성장추진실을 신설, 사업개발 기능을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차 사장은 내트럭 대표이사(SK에너지 내트럭사업부장 겸)와 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석유사업 마케팅, 신규 사업 개발 등에서 풍부한 석유사업 경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