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국제유가 '출렁'국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美 제재 이후 수입량 '제로'… "수급 문제없지만, 예의주시"
  • ▲ 호르무즈해협을 경계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연합뉴스
    ▲ 호르무즈해협을 경계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공습으로 피살되면서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발 불안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는데다 당분간 국제유가를 둘러싼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글로벌 석유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63.05달러를 기록,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두바이유도 67.79달러로, 전날 65.69달러에 비해 3.19% 급등하면서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66.25달러에서 68.60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란 군부실세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양국간 갈등은 지난해 5~6월 호르무즈해협 인근 유조선 피격, 이란군의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피격 등 대형 사건이 잇따르면서 심화되다가 이번 공습으로 최고조에 다다랐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정유업체들은 실시간으로 관련 상황을 체크하면서 향후 시장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유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등 다양한 변수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이미 하락했는데, 이번 이란 사태로 종전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말에는 유가 시장이 여리지 않아 특별히 가격 등 시장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란발로 나오는 소식들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이란 사태의 영향이 이라크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유가 상승 뿐만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에 의한 석유제품 수요 하락이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란 사태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불안으로 이어지거나 이라크 등 중동 지역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될 경우 유가는 더욱 불안해진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꺼내들 경우 중동 긴장이 장기화돼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있다. 이란 국경과 맞닿아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 가운데 30%가 오가는 길목을,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동 전체에서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유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다만 미국 외에도 다른 원유 수출입국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인 만큼 이란이 봉쇄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이란이 봉쇄하면 국제 석유시장은 혼돈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 원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중동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결국 전체 제품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업황 자체가 안 좋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유가 급등은 다시 환율과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정유산업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도미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원유 제재로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 6개월 동안 이란 원유 수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전체 적인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수입 제재 유예를 중단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 이후 이란산 원유의 쿼터가 계속 줄다가 6개월 넘게 아예 수입을 안 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양은 없다"면서도 "다만 중동시장 불안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다 미국과 이란의 극한대립이 장기화할 수도 있는 만큼 중동산 원유 가격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유가 역시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 2주까지 6주간 하락하던 휘발유 값은 11월 3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새해 첫 주에도 상승해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1월 첫째 주 주간 단위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6원 상승한 리터당 1558.7원을 기록했다. 상승 시간동안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총 24.3원 올랐다. 지난해 10~11월 하락세였던 6주 동안 8.9원 하락한 것보다 상승폭이 컸다.

    휘발유보다 한 주 늦게 상승세를 시작한 경유 가격 역시 6주 연속 올랐다. 1월 첫째 주 경유가격은 전주보다 3.1원 오른 리터당 1391.7원을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내유가가 상승한 것은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영향보다는 그 이전 미국 재고량 감소에 의한 유가 상승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중동발 긴장감에 유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돼 국내유가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