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기업 M&A까지 저지하나" 개탄 "혁신성장 성과로 포장하더니… 총선 앞둔 쇼잉" 혹평"거대 독점기업 탄생 막아달라" 공정위에 토스
  • ▲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배민-DH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박성원 기자
    ▲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배민-DH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 박성원 기자

    거래 규모 5조. 배달앱 1·2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글로벌 ‘빅딜’이 암초를 만났다. 여당인 민주당이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의 압박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끼칠까 업계의 수심이 깊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국회에서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 운영사) 간 인수·합병(M&A)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타다 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위원장과 우원식·제윤경 의원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공정위 심사에서 배달앱을 전체 O2O와 분리한 독립적 시장으로 인식할 것을 주장했다. 양사 결합 영향 범위를 따지는 ‘시장 획정’에 대한 의견이다. 이와 함께 독일계 DH의 독과점 문제, 이로 인한 외식업주 피해도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국내 배달앱 시장을 DH가 장악하면 앱수수료 인상과 할인행사 축소 등 경쟁 제한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M&A 후에도 별도 법인을 운영해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양 사의 발언만으론 외식업주·이용자의 불안을 씻긴 어렵다”고 말했다.

    제윤경 의원은 “이미 배달앱 2~3위 업체를 가진 DH가 배민을 인수할 경우 독점 폐해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공정위는 결합심사에서 양 사 합병으로 인한 독점적 이윤 등을 면밀히 따져 거대 독점기업 탄생을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제 의원은 “현재 배달앱 시장은 연 8조 규모로, 외식업 시장은 전단지 등 전통 매체를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으로 배달앱 시장은 전체 O2O와 분리된 독립된 시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이후 배달앱 점유율 ⓒ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이후 배달앱 점유율 ⓒ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업계는 이번 M&A를 향한 여권의 압박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양 사 합병을 스타트업 성장의 모범 사례로 평가해왔다. 이번 건이 우수 플랫폼의 해외 진출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각종 규제로 대규모 투자유치가 무산된 타다 사례와 비슷한 ‘제2의 타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그간 정치권은 배민과 같은 우수 스타트업을 혁신성장 등 자신들의 성과로 알리기 바빴다”면서 “현재 흐름은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단체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에선 경쟁력 있는 O2O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며, 이로 인해 더욱 진보된 서비스도 출시되고 있다”면서 “앞선 타다 사례처럼 한국에선 새 서비스의 출발조차 차단된 상황이며, 이 경우 국내 O2O의 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전문가도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은 혁신성장, 경제 민주화와 같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기업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정경분리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은 혁신성장·우수 스타트업 발굴을 이야기하면서도 배민과 같은 모범 사례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O2O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언제든 새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어, 독점이라는 시각 대신 경쟁력 유지를 심사 지표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기업 M&A를 저지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정경분리 원칙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당장은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들지만 서비스 발전 없이는 외식업 경쟁력 전체가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지난달 13일 합병을 공식화했다. 합병은 요기요 본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거래액은 4조8000억원으로, 이후 DH가 갖게 되는 점유율은 98%다. DH는 점유율 33% 요기요와 10%대 배달통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배민 점유율은 5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