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목할 바이오④] 에이치엘비, 올해 리보세라닙 NDA 계획리보세라닙 임상 3상 톱라인 임상치 미달… ESMO선 임상 성공 주장올해 4분기 위암 3·4차치료제로 리보세라닙 美 FDA 신약 허가 기대
  • ▲ 에이치엘비 로고 ⓒ에이치엘비
    ▲ 에이치엘비 로고 ⓒ에이치엘비

    2019년은 바이오업계에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 쇼크, 신라젠 쇼크, 헬릭스미스 쇼크 등이 이어지는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진 한 해였다. 2019년에 유독 악재가 많았던 만큼, 2020년에는 K-바이오가 악재를 털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뉴데일리는 2020년에 눈여겨 봐야 할 바이오기업을 5개사로 추려봤다. <편집자주>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입게 할 정도로 주가 급등락이 심한 바이오기업이었다. 올해에도 신약 허가를 목표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주가 급등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예의 주시할 바이오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지난 1985년 설립돼 1996년 7월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합성주지선건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표적 항암제 '리보세라닙'이 아닌 아닌 구명정 건조·수리, 파이프 제작·설치 등이 주요 사업 제품이다.

    에이치엘비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지난 2016년부터 301억 3887만원, 230억 691만원, 361억 859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말 기준으로 에이치엘비 제품 매출의 66.77%는 구명정, 파이프 등에서 발생했다. 최근 3년간 에이치엘비는 2016년 210억 427만원, 2017년 261억 1481만원, 2018년 293억 1517만원 등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보였다.

    에이치엘비를 이끌고 있는 진양곤 회장은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사업에 나선 인물이다. 특히 구명정을 제조하던 이노GDN을을 인수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에이치엘비로 탈바꿈시켰다.

    진 회장은 지난 2008년 이노GDN을 인수해 2010년 에이치엘비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3년 자회사 현대라이프보트와 합병했고, 2014년 에이치엘비 전기계장사업부를 분할했다. 진 회장은 미국에 있는 LSK바이오파마(현재 엘레바)를 자회사로 유지해 왔다.

    리보세라닙 개발을 맡아온 엘레바는 지난해 11월 에이치엘비와 삼각합병을 완료했다. 해당 삼각합병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 100% 자회사를 설립한 후 현지 기업을 합병하는방식으로 진행됐다. 에이치엘비는 해당 합병을 통해 에이치엘비가 실질적인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보고 있다.

    에이치엘비를 바이오기업으로 인식시킨 핵심적인 파이프라인은 표적 항암제 리보세라닙이다. 리보세라닙은 '선택적 혈관내피 세포성장인자 수용체-2(VEGFR-2)'를 차단하는 신생혈관 억제제다.

    리보세라닙은 지난 2014년 중국에서 3차 치료제로서 신약허가를 받고 2015년부터 중국 내 판매가 진행됐기 때문에 지난해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 발표는 성공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해 6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해 6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뉴데일리
    그러나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6월27일 실망스러운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이날 긴급 설명회를 열어 임상디자인의 1차 지표인 OS(전체생존기간)가 대조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신약 허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발표 직후 하한가(5만 400원)로 직행한 것은 물론,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지수도 꺾여 700선이 무너지는 충격을 빚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11.16포인트(1.57%) 떨어진 698.21로 장을 마쳤다. 당시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던 신라젠, 헬릭스미스까지 주가가 8.25%, 5.01% 급락했다.

    에이치엘비는 3개월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진 회장이 같은해 9월30일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또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허가신청(ND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극적으로 내부 의견이 뒤바뀐 데에는 추가로 확정된 탑라인 결과 전체 데이터와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효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진 회장의 주장이다.
  •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해 9월26일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해 9월26일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
    최종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리보세라닙 투여 환자의 OS가 5.78개월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으나 가짜약을 투약한 OS도 5.13개월로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 대비 OS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임상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게 재확인된 셈이다.

    진 회장은 탑라인 결과 종양이 완전히 소멸되는 완전관해(CR) 사례 환자가 2명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진 회장은 "임상 3상은 3~4차 치료환자, 즉 위암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여기서 종양이 완전히 소멸되는 사례가 2명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보세라닙이 경쟁약물인 사이람자, 옵디보, 론서프 대비해서도 월등한 효능이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리보세라닙이 상업화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진 회장의 의견이다. 다만, 경쟁약과의 비교는 직접 비교실험한 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 수치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진 회장의 해당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 10월에는 공매도했던 기관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 헤지펀드는 에이치엘비 공매도에 나섰다가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을 전해지기도 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 허가신청(pre-NDA) 미팅을 지난해 10월 마쳤다. 내년에는 리보세라닙을 출시하겠다는 게 에이치엘비의 목표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초에 NDA를 제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신약 허가 취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4분기에는 리보세라닙이 위암 3·4차 치료제로 미국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차 치료제는 1, 2차 치료제가 모두 듣지 않을 경우에 처방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에 한계가 있다. 위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처방 받는 1차 치료제 이후에 내성이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2차 치료제가 적용된다. 리보세라닙이 4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경우 시장점유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는 올해에도 투자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많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기업"이라며 "리보세라닙이 신약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