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수합병 줄이고, 협력형 지분투자 대세'5G·AI·로봇·자율주행' 등 신기술 발굴에 주력하드웨어 개발 '세계 톱'… 소규모 M&A 다양하게 진행 가능성
  • ▲ 삼성전자와 하만의 첫 합작품인 '디지털콕핏'을 전시한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하만의 첫 합작품인 '디지털콕핏'을 전시한 모습 ⓒ삼성전자
    지난해 전자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을 주저했던 가운데 ,올해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각 하만(Harman)과 ZKW라는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 인수건을 마지막으로 대규모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신 미래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협력형 지분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5G와 인공지능(AI), 로봇 등과 관련된 초기 기술 기업 인수를 두고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업계에는 대규모 M&A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로 대규모 인수에 나서지 않았고 LG전자도 2018년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삼성과 LG가 앞서 진행한 이 두 건의 M&A는 인수가격이 수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대규모 M&A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가격은 9조 4000억 원 가량으로 이는 당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역사상 최대 금액을 자랑하는 수준이었다. LG전자가 인수한 ZKW도 1조 40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그간 내부적으로 진행한 M&A 중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두 회사가 이 같은 대규모 M&A를 마무리한지 2~4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추가적인 대규모 M&A 추진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에는 굵직한 M&A를 추진하기 보다는 대내외적인 현안을 해결하거나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 동시에 인수한 기업들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과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 대규모 M&A 추진과정에서의 최종 의사결정이 어려웠던 부분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 ZKW 인수 당시 오스트리아 본사를 방문한 LG전자 ⓒLG전자
    ▲ ZKW 인수 당시 오스트리아 본사를 방문한 LG전자 ⓒLG전자
    대신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소규모 M&A와 지분투자 방식의 미래사업 발굴 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은 하만 인수를 제외하면 최근 5년 사이 진행한 전체 M&A 중 40%가량을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진행했다. LG전자도 로봇과 AI 등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 최근 몇 년 간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의 지분 인수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는 동시에 국내 전자업체들이 더이상 몸집을 키우는 수준의 M&A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TV 등의 각 사업에서 이미 자체적인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공장을 확대하거나 현재 기술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내부적인 노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하드웨어 개발로는 세계 톱 수준인 두 기업이 마지막으로 차량용 전장사업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대규모 M&A를 추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올해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강소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의 소규모 M&A를 다양하게 진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외를 망라해 미래기술로 집중 육성할만한 가치가 있는 초기 기술 기업을 발굴해 파트너십을 맺거나 지분투자, 조인트벤처(JV) 등의 여러 전략으로 광범위한 미래사업 개발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운영하고 있는 벤처투자 전문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며 역할을 키워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경우 그룹 내에 벤처투자사를 따로 운영해온지 오래고 삼성전자 산하에만 해도 '삼성전략혁신센터', '삼성리서치', '삼성카탈리스트펀드' 등 다양한 미래사업 발굴 중점 조직을 가동 중이다. LG도 그룹 차원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해 본격 투자 활동을 시작했고 각 계열사별로 미래사업 발굴 펀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AI, 로봇, 자율주행, 의료 등 여러 분야 초기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