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3조 규모 이커머스 산업쿠팡, 내년 상반기 IPO 추진…티몬도 매각 절차 가속화이커머스업계 "기업공개·M&A 등 본격 생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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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3조70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매년 급성장하는 온라인쇼핑 시장을 두고 올 한해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치킨게임’을 벌여온 기업들이 올해는 상장과 인수합병(M&A) 등으로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 지형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쿠팡, 내년 IPO 나선다… 세무 조정 작업 등 개시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쿠팡이 내년 IPO를 위한 세금 구조 개편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쿠팡의 작년 말 기준 기업가치는 11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거래액 규모가 12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도 해외 상장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상장 요건을 고려할 때 한국보다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과 같은 해외 증시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 모델 제시가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연구원은 “위워크의 상장 실패에서 알 수 있었듯이 적자 유니콘 기업에 대한 보수적 밸류에이션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며 “폭발적 성장성과 동시에 이익 가시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쿠팡은 풀필먼트서비스 개시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쿠팡은 풀필먼트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쿠팡은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최첨단 메가 물류 센터를 짓기로 했다. 해당 센터는 축구 경기장 46개 넓이에 달한다. 

    풀필먼트는 입점 판매자의 제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면서 주문에 맞춰 포장과 배송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사업 모델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관리부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주문에서 출하, 배송, 재고 관리까지 모두 대행해주는 풀필먼트센터(FBA)를 운영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쿠팡의 상장이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유승우 연구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의 엑시트 전략으로 상장을 검토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검토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IPO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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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공개·M&A… 이커머스, 올해 본격 생존경쟁

    그간 적자로 인해 자본이 바닥난 쿠팡·위메프·티몬 등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차입을 통해 회사 경영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체 중에선 사모펀드(PEF)로부터 외부자본을 확충 받은 기업이 많다. 통상 펀드들의 엑시트(출구전략) 기간은 3년이다. 이 기간 내에 적자를 줄여 상장(IPO)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에 배당이 어렵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손정의 회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누적 30억 달러(3조47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11번가도 3~5년 내 상장할 계획이다. 5000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 사모펀드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면 최소 3년간 흑자를 내야한다.

    티몬도 2015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약 8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티몬은 창업 후 10년간 적자에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기한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한 황이다. 지난해 10억원 후반대인 월 적자폭을 올 1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연간 흑자를 달성, 이후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장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양사가 재협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롯데쇼핑은 온라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고, 티몬은 오래 전부터 새 주인을 찾고 있었던 까닭에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티몬 관계자가 밝힌 향후 계획에서도 추정 가능하다.

    꾸준히 티몬을 괴롭히는 매각 이슈 역시 실적 개선과 경영 안정화가 이뤄진 후에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 티몬 측의 방침이다.

    최영준 티몬 CFO는 “특가 딜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온라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이익 개선 속도를 볼 때 올 3월에는 월 단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위메프도 지난해 외부 투자 자금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넥슨코리아로부터 위메프의 모회사인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금 중 일부인 2500억원이 위메프로 수혈된 가운데 위메프는 올해 외형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입금과 외부 자본 확충을 통해 경영을 계속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를 내는 구조로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격 경쟁은 하루에 수십억원을 쏟아부어야 해 (업체로서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아무도 포기를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자냐 흑자냐 보다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동안 적자는 여전할거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