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판매사 불완전판매, 고소"…판매사 "우리도 라임에 속았다" 실사 결과 나와야 분쟁조정 진행 가능…사태 장기화 전망
  •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피해로 인한 법적대응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 준비에 돌입한 데 이어, 은행과 증권사들도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조3480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피해가 예상되는 펀드 환매 또는 상환이 연기된 펀드는 총 1조5587억원 규모다. 4096개 계좌 중 개인 계좌가 3606개, 금액으로는 9170억원에 달해 개인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액이 높은 기관을 살펴보면,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 증권사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다. 우리은행 3259억원(1448계좌), 신한금융투자 1249억원(301계좌), KEB하나은행 959억원(385계좌), 대신증권 692억원(362계좌), 메리츠종금증권 660억원(160계좌), 신영증권 646억원(229계좌)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판매기관들의 불완전판매 피해를 주장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광화와 한누리는 라임펀드 투자자를 대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법무법인은 각각 피해 사례를 모으며 소송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법무법인 광화가 피해자 사례를 모으기 위해 마련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13일 기준으로 1100명이 넘게 가입했다. 앞으로 이들 상당수는 현재 금감원 민원, 소송을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카페에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이나 소송전에 함께하겠다는 피해자 참여가 현재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은 100건 넘게 접수됐으며, 최근까지도 개인 피해자 중심으로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광화는 이달 25일까지 고소인을 모집한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리해 라임자산운용과 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 관계자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지난 10일 고소했다.

    진술서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2018년 11월 무역금융 펀드에 환매 중단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이런 사실이 공표되지 않았고 계속 관련 펀드가 새로 설계·판매됐다', '100% 안전하고, 큰 회사여서 위험률이 제로라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 '채권상품이어서 절대 원금 손실이 없다고 들었다' 등을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상 판매사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가 투자 권유 과정에서 거짓 내용을 알리거나 투자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투자를 계속 권유하는 행위 등은 모두 부당권유로 처벌 대상이다.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상품의 내용이나 위험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투자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배책임도 명시돼 있다.

    판매사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주도한 라임자산운용이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 16개 은행·증권사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현재 진행 중인 회계법인 실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의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 요구로 현재 삼일회계법원은 환매 연기 중인 라임 측의 '플루토 FI D-1호'(사모사채)와 '테티스 2호'(메자닌) 펀드를 실사 중이다.

  •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실사가 당초보다 지연되고 있어 분쟁조정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임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 이모 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하는 등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며 실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실사 결과가 나와야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산에 대한 손실금액과 상환 가능성 등을 대략 알 수 있고,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운용과 금감원에 실사 결과를 이달말 또는 2월초 전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실사 결과 도출이 늦어지고 라임자산운용의 인력 이탈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직원 파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분쟁조정에 들어가더라도 불완전판매를 가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생결합펀드(DLF)는 위험성이 극히 높아 판매사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가 수월했지만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이보다 난도가 낮은 3~4단계로 불완전판매를 가르기가 어렵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한편 라임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해 400조원을 돌파하며 지속 증가한 사모펀드 설정액이 올해 들어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9일 기준 411조2522억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1조억원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말 405조6413억원에서 12월 한 달 새 6조7700억원 정도 증가했지만 이달 2일 하루 새 3000억원, 3일 6500억원이 빠져나갔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 업계 최대 운용사, 그리고 대형 금융회사가 연루된 사건으로 금융사의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DLF 사태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PB 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