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차별화 전략 통해 주력…"경쟁 치열, 치킨게임 심화"
  • 중소형증권사들이 자본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을 정비하며 IB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 상황에도 수익을 견인했던 IB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소형사 26곳의 영업순수익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보다 35%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31.3%), 현대차증권(45.2%), 유진투자증권(37.0%), 하이투자증권(43.3%), KTB투자증권(55.5%) 등 IB 부문 비중이 컸다.

    이들 증권사의 올해 사업 방향도 IB 부문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기자본이 큰 초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IB 역량이 쏠리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잇따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2월 2175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성장세를 고려할 때 자체 자기자본 규모는 8000억원으로, 자기자본 1조원 달성은 무난하게 점쳐진다. 현대차증권도 지난 10월 1036억원을 유상증자함으로써 올해 초 자기자본 1조원 달성이 유력시 된다.

    지난해 7월 한화증권은 1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을 확보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9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5000억원 자기자본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경영 목표를 '자기자본 1조원'과 '업계 10위 수익력의 중형증권사' 달성으로 잡았다.

    이들 증권사들은 조직 개편과 인재 영입을 통해서도 IB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IB사업본부 산하에 주식시장업무 강화를 위한 ECM실을 신설하는 등 기존 3개 팀에서 1실, 5개 팀으로 확대 재편했다. 그러면서 ECM실장으로 이영재 실장을 영입했다. 25년간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동부증권 KTB투자증권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 활약한 '정통 IB 맨'이다.

    유안타증권도 글로벌인베스트먼트(GI)부문과 IB 부문 내 종합금융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GI본부장에는 키움증권 출신 유동원 상무, 종합금융본부장은 KTB투자증권 출신 이호준 상무를 영입해 앉혔다.

    유진투자증권도 IB 본부를 IB 부문으로 격상하고 기존 IB 본부 내 실들을 본부로 상향했다. 또 IB 본부에 IB 사업추진팀과 대체투자팀 등 2개팀을 신설했다. 그러면서 기존 본부를 이끌던 김철은 IB본부장이 부문장으로 직책을 변경함과 동시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IB부문을 이끌게 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해 IB 부문을 꾸준히 강화했다. IB사업부 내 본부를 기존 3개에서 4개로 확대한 데 이어 추가로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했다. KTB투자증권에서 일했던 임태섭 상무, 케이프투자증권 출신 류병희 부사장 등 IB 분야 베테랑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IB 부문 강화 일변도 속에 중소형사들은 주력 분야에 집중하거나, 다소 부진했던 부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각사 나름의 차별화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간 비주거용 부동산 PF에 감정을 보여왔던 국내뿐 아니라 해외부동산, 신재생에너지, 물류센터 등 다양한 대체투자 분야로 투자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성장세가 뚜렷했던 부채자본시장(DCM),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외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주식자본시장(ECM) 분야를 확대한다. 그간 IB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고른 성과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 유진투자증권은 글로벌 기업과 4차산업을 영위하는 테크기업 중심의 신규 비지니스 발굴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PF에 집중하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해외 대체투자 분야 영역으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한화자산운용·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우량한 물건을 선별, 각자 역할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해외대체투자 분야의 프로세스를 구축해 미국, 태국 등 KTB의 해외 현지법인뿐만 아니라 우량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투자처 발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실적에서 IB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앞으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소형사 역시도 IB 부문 내실화를 통한 역량 강화로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마련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스권에 갇힌 장 상황에서 대다수 증권사들의 사업포트폴리오는 대동소이하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봐야 사실 초대형 IB를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 중소형사들도 먹고 살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게다가 정부 정책도 대형사 중심으로 설계된 상황에서 또 다시 치킨게임 형국"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