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이하 집값 상승 경고…대출 추가규제 나오나집값 키맞추던 강북·경기지역, 불균형 심화 우려
  •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열린 2020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열린 2020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9억원 이하 주택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뛰는 등 풍선효과에 대한 경고를 날리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16 부동산대책이후 서울 강북지역과 수원,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정부가 이마저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추가 규제가 마련돼 있으며 언제든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12·16대책 발표이후 규제에서 빗겨간 9억원 이하 주택에 매수자가 몰리며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을 시사한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대책 발표이후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강북 일부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첫째주 기준 강북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매매가격 상승률(0.08%)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

    노원구와 도봉구, 강서구 등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돼 서울 중심부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가격은 강남보다 낮은 편이다. 게다가 재건축 연한에 다다른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장기적 투자가치도 충분한 곳으로 손꼽힌다. 

    같은기간 영등포구의 매매가는 0.13%에서 0.19%로, 강북구와 동대문구도 각각 0.08%, 0.06%에서 0.09%, 0.07%로 상승했다. 

    일례로 작년 10월 실거래가 7억~8억원대에 머물렀던 강북구 꿈의숲 롯데캐슬은 현재 전용면적 84㎡기준 호가가 9억원에 형성돼 있다. 8억4000만원으로 실거래가 체결됐고 12·16대책 이후 9억까지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낸 셈이다.

    강북뿐아니라 수원, 용인 수지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촘촘한 서울을 벗어나 저평가된 지역으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는 이같은 풍선효과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9억원 아래 주택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과 비슷한 방식으로 추가 규제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대출을 제한해 일시적으로 집값상승세를 차단한 만큼, 9억 이하 주택에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 매매수요 자체를 억제하고 주택담보대출 가능 LTV를 축소하거나 세무조사, 자금출처를 활용해 집을 구매하는 과정을 깐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9억원이 넘는 집을 매매할 때는 LTV를 20%로 축소하고 자금조달계획서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9억 이하 주택에도 그대로 요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과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이 주택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9억 이하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 시장인데 정부가 여기를 타깃으로 규제를 적용해버리면 결국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침해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처음 부동산 대책을 도입할 때만 해도 15억 이상 초고가 주택, 즉 강남 아파트만 겨냥했으나, 앞으로 금액에 상관없이 부동산 거래 자체를 '투기'로 간주하고 규제 카드를 남발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그동안 상승폭이 적었던 9억 이하 강북 집값들이 키맞추기를 하는게 당연한데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집값을 천정부지로 다 올려놓고 이제와서 9억 이하 집값 상승을 막아버리면 강남과 비강남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