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6억만장 폐기…지폐 중 만원권이 절반장판 밑 눌림, 습기 부패, 화재로 손상
  • ▲ 손상화폐 사례. ⓒ한국은행
    ▲ 손상화폐 사례. ⓒ한국은행
    #경북에 사는 최모 씨는 주택 화재로 2억3600만원이 훼손돼 교환했으며, 서울 소재 모 금융기관에서는 상가 화재로 ATM 내 보관돼 있던 4600만원을 교환했다.

    #충남에 사는 손모 씨는 900만원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다 습기로 훼손돼 교환했고, 경기도에 사는 신모 씨는 사찰 연못 등에서 수거한 손상 동전 1800만원을 10여 차례에 걸쳐 교환했다.

    보관을 잘못하거나 불에 타는 등 쓸 수 없게 된 돈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손상화폐는 5만원권이 발행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였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중 손상화폐 폐기 및 교환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폐기한 손상화폐 액수는 4조3540억원(6억4000만장)으로 2018년보다 2.2%(1000만장)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화폐 발행 잔액이 125조698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시중에 나온 돈 가운데 5%가량이 폐기된 셈이다.

    폐기한 손상화폐 액수는 ▲2016년 3조1142억원(5억5000만장) ▲2017년 3조7693억원(6억만장) ▲2018년 4조2613억원(6억3000만장)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손상화폐 중 지폐 액수는 4조3516억원(6억1000만장)이 폐기됐으며, 만원권(3억3000만장) 비중이 전체 폐기 지폐의 53.5%로 가장 컸다. 

    이어 천원권(2억3000만장) 37.8%, 오천원권(4000만장) 6.7%, 오만원권(1000만장) 2.0% 순이었다. 

    폐기된 물량을 낱장으로 쌓을 경우 총 높이가 65.2km 수준으로 백두산의 24배, 에베레스트산의 7배에 달했다. 5톤 트럭으로 따지면 114대 분량이다. 

    손상화폐 중 동전 액수는 24억원(2590만개)이 폐기됐으며, 십원짜리(1110만개)가 전체 폐기 동전의 42.9%를 차지했다. 

    이어 백원짜리(990만개)가 38.2%, 오십원짜리(260만개) 10.1%, 오백원짜리(320만개) 8.8% 순이었다.

    화폐가 손상된 주된 이유는 화재나 장판 밑에 눌리거나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에 의한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국민들이 한은을 통해 교환한 손상화폐 액수는 74억원(3180만장)으로 2018년보다 17억6000만원(770만장) 증가했다. 

    한은은 화폐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남아있는 면적에 따라 새 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화폐의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3분의 4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2분의 5 이상 3분의 4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할 수 있다. 2분의 5 미만이면 교환할 수 없다.

    손상되거나 기타 사유로 통용에 적합하지 않은 동전은 액면금액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를 판별하기 곤란한 동전은 교환이 불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