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출회복 기대감↑…"시장 旣반영, 영향 미미할 것" 시각도2천억달러 미국산 제품 수입약속 부담…"한국시장에 더욱 문 좁힐 수도"불투명한 2차협상에 변수 많아…"개방되는 중국 자본시장 공략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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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6일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전세계 무역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한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날 무역합의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협정의 주요 골자는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공산품·서비스·에너지 제품 등 2천억 달러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철회되는 관세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전체와 12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매긴 15%의 관세를 7.5%로 내리는 조치 등이 포함된다.양국의 협정문이 공식화되면서 각 국가들의 이해타산 계산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더욱 예민하다.지난해 수출 두자릿수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률 2% 달성도 불투명할 정도로 불황을 겪었던 한국 수출산업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 경제부처와 주요 경제기관들은 이번 협정문 서명으로 수출부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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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산업과 시장에 반영돼 있고, 핵심은 양국 협상이 언제까지 화해무드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KDI 송영관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경제 전체에 반영돼 있는 상태"라며 "당장은 실질 체감되는 변화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미중협상은 불완전한 단계에 불과하다"며 "미국은 여전히 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고 험난한 2차협상까지의 길이 밝혀져야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중국이 이번 협정으로 끌어안은 미국산 제품 수입 약속이 대(對)중국 수출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중국은 올해 767억달러, 내년 1233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 달러 등 6% 경제성장률 유지도 버거운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때문에 중국이 반도체 등 한국산 제품 수입의 문을 더욱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실제로 2017년과 2018년 꾸준히 늘어나던 對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1월까지 17.5%나 추락했다. 베트남(11.7%), 일본(6%), 중동(45.3%) 등 주변국들과의 교역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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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미중 협상이 개시된 지난해 12월 중국진출기업, 법무법인, 유관협회, 연구소 관계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는 올해 한국의 對중국 수출이 10% 미만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중국의 사드대응에 따른 경제제재 조치가 정상화되기 어려운데다, 중국내 제조업분야 생산・투자 하락에 따른 수요둔화 등으로 2018년 최고치를 찍었던 1600억달러 수준으로의 복귀는 어렵다는 분석이다.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중 무역갈등 재연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65.6%를 기록할 정도로 향후 양국간 화해무드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 재연 가능성이 적지 않고 한국의 對중국 수출량 회복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결과로 중국의 자본시장 등 서비스시장이 개방되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