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등 IT 업계 사외이사 20명 교체 대상'임기 6년 제한' 강행… 인력난 속 '섭외' 대란 예고기업경영 외부 개입 확대 우려… 주주 인사권 제한 등 '과잉규제' 논란도
  • ▲ IT 상장사 사외이사 교체 대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IT 상장사 사외이사 교체 대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부가 1년 유예하기로 했던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IT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사외이사를 섭외하기 위한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을 골자로 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2월부터 시행된다. 상장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계열회사까지 더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람은 회사를 옮겨야 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삼성SDS, 안랩,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SI·포털·게임 분야의 IT 상장사들이 총 20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텔레콤은 2014년 3월 선임된 이재훈 의장과 안재현 이사가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이 의장은 지식경제부 제2차관 출신으로 SK텔레콤의 이사회를 이끌어 왔으며, 안 이사는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 모두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면서 임기 제한에 걸린다.

    KT 김종구 의장과 장석권 이사도 올해 3월로 재직 기간을 6년을 넘기면서 물러나게 된다. 김 의장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장 이사도 KT 이사회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에 속해있다. 이들은 구현모 차기 CEO를 선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로 평판이 자자하다.

    LG유플러스는 박상수 이사가 교체될 전망이다. 박 이사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2017년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 됐다.

    삼성SDS도 박영열·박정호·이재은 이사 3명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며, 안랩은 권석균·윤연수·서남섭 이사 3명을 교체해야 한다. 네이버는 정의종·홍준표 이사가, 카카오는 조민식·피아오얀리·최재홍 이사의 후임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서윤석 사외이사가 2010년 3월부터 활동해 온 점을 감안했을 때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네오위즈도 문대우·이준환·손영동 이사 3명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사외이사 임기제한 강행으로 관련 업계에 불어닥치는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3월 주주총회까지 한달여 남짓밖에 남지 않아 인력을 충원하지 못할 경우 이사회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견제 기능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대규모로 바뀌는 것이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외이사 임기제한이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 개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중견·중소기업이 많은 IT 업계 특성상 인력난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성명을 통해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 규제"라면서 "유능한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566개의 상장사들이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 이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은 494개사로 전체의 87.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