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36.3조 늘어도 소득 7.3조 줄어…가계·기업 가난, 정부만 부자돼"반도체 단가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가 원인" 재정지출 견인 우려에 반박분배정책으론 민간경제 활성화 어려워… 잠재성장력 올릴 인식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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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경제성장률이 2.0%를 기록한 가운데 실질 국내총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지적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국내총생산은 늘었지만 그에 대한 소득은 늘지 않았다는 비판인데, 정부는 이를 반도체 단가 하락 등에 따른 '무역조건 변화' 탓으로 돌렸다.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소득(GDI)는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GDP는 1844조원으로 전년보다 36조3000억원 더 생산한 반면 벌어들인 돈(GDI)는 1803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조3000억원 줄었다.GDI 감소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GDP가 2.7%(2018년)에서 2.0%로 추락한 것도 문제지만 GDI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경제가 비효율적인 생산을 했다는 것이다.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지갑이 더 가벼워져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뜻으로 사실상 경제가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모두가 가난해졌는데 정부만 호황을 누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17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2.8%에서 지난해 1.9%로 둔화됐지만 정부소비 증가율은 같은기간 3.9%에서 6.5%로 치솟았다.이 같은 지적에 기획재정부는 "GDI 감소는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 감소에 기인했다"고 맞섰다. "지난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해 무역거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은 8기가 D램 기준 2018년 7.9달러에서 지난해 3.7달러로 절반 이하(-53.5%)로 떨어졌다.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특정 연도의 시장상황에 따라 수출제품 가격이 수입하는 제품가격보다 덜 오르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런 교역조건 악화는 정부정책 영역의 바깥에 있는 변수"라고 적었다.김 차관은 2015년을 예로 들며 "그때는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하락(96.6→50.7$/bbl, 두바이유)하며 실질 GDP 성장률(2.8%)보다 실질 GDI 증가율이 두배이상(6.5%) 높았다"며 "그렇다고 그때 우리가 분배정책의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흥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기재부와 김 차관은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정부의 분배정책, 즉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라는 비판에 "무리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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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관은 한국과 비슷한 수출과 제조업을 주력으로 삼는 독일을 지적하며 "어지간한 충격에는 끄떡하지 않던 독일이 지난해 성장률이 반토막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며 "반면 우리는 그나마 독일, 싱가폴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나은 실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그는 "독일은 경기흐름에 반하는 긴축적인 재정운용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측면이 크다"며 "민간부문이 어려울 때 재정마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된다"고 덧붙였다.민간부문의 불황이 깊어질수록 정부가 지출을 늘려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정부가 신사업을 육성하고 기존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민간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지적한다.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지출을 늘려 민간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재정확대로 성장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도 "민간경기 불황에 정부지출을 늘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방향을 잠재성장력을 올리는 쪽을 잡아야 한다"며 "현금복지성 지출은 재정적자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김 차관도 이 같은 지적에 "교역조건이 글로벌 시장 가격의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도록 주력산업을 다변화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며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중차대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고 수긍하는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