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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 경제협력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 경협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철도 연결도 지지부진하긴 매한가지다. 철도분야는 국민 관심사에서도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사)희망래일에 따르면 23일 현재 국민이 구매해 기증한 침목은 총 2390개다. 모금 금액으로 따지면 2억3900만원에 달한다.
희망래일은 2012년부터 남북·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평화철도 침목 기증 운동을 펼쳐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침목 1개 구매비는 물류비 포함 10만원이다. 참여를 원하는 국민은 한달에 1만원씩 총 10회에 걸쳐 침목을 사서 기증할 수 있다. 침목에는 구매자가 원하는 이름을 새겨준다. 조성된 기금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시행되고 북한에 물자를 보낼 수 있을 때 사용된다.
침목 기증 운동은 2018년 4월부터는 끊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연결을 위한 침목 기증으로 구체화해 진행되고 있다. 이 구간 사업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첫 사업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낸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개그우먼 김미화가 공동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증받은 침목으로 동해북부선을 연결하기 위해 남은 거리는 108.59㎞다. 침목은 철도 10m당 17개가 필요하다. 앞으로 184억6030만원이 더 모여야 한다는 얘기다.
기증 속도는 더딘 편이다. 2018년 10월2일까지 1억1001만원(침목 1101개)에 불과했던 모금액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그해 연말까지 석달여 만에 2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2012년부터 한 달에 13개꼴로 기증되던 침목이 갑자기 한 달에 100여개씩 쌓인 셈으로, 국민 관심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에 고무된 희망래일은 지난해 모금 목표액을 3억원으로 잡았다. 1년간 1억원(침목 1000개)을 모금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침목 기증 운동은 다시 시들해졌다. 지난해 기증 실적은 2억3890만원에 멈췄다. 목표를 40%도 못 채웠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40여일 넘도록 기증된 침목은 단 1개뿐이다. 희망래일 관계자는 "2018년에는 목표액을 거의 달성했는데, 지난해는 국내외 정세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목표액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한 가운데 미북 대화마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많은 국민이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남북 상황과 국제 정세를 다시 냉철하게 직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남북 경협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남북 철도 연결은 새해 들어서도 답보 상태다. 코레일내 해외남북철도사업단 남북대륙사업처에서 남북·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관련 국제운송규약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의 액션이 없다 보니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영식 전 사장 체제에서 남북 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조직 덩치는 커졌는데 하는 일은 과거 물류본부내 말단조직이었을 때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극적인 국면타개용 대형 이벤트가 성사되지 않는 한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이 녹록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새해 들어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띄우며 북한 개별관광을 통해 남북교류 사업에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1일 새해 들어 처음 낸 대미·대남 담화에서 "남조선이 (북미 사이)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며 "(북미 대화에)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게 좋을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철도업계 일각에서 남북 철도 연결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