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공포…근로자 건강권 보호장치도 마련노동계 "특별연장근로 남용으로 주 52시간제 무력화"
  • ▲ 특별연장근로 완화.ⓒ연합뉴스
    ▲ 특별연장근로 완화.ⓒ연합뉴스

    31일부터 재난·재해뿐 아니라 기계 고장이나 대규모 리콜사태 등 예상치 못한 일로 업무량이 급증한 경우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개선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시행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지침 격인 설명자료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 시행규칙은 인가 요건을 재해·재난 등의 사고 수습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시행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으로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50~299인)에 적용하는 주52시간제의 안착을 위해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인명 보호·안전 도모 △시설·설비 고장·장애 등 돌발상황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대폭 증가 △사업에 중대한 지장·손해 가져오는 단기간 처리 업무 △노동부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R&D) 등으로 인가 사유를 확대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응급환자 구조·치료 △갑작스럽게 고장 난 기계 수리 △대량 리콜사태 △원청의 갑작스러운 주문으로 납기를 맞추기 위한 일시적 연장근로 초과 등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 특별연장근로 반대.ⓒ연합뉴스
    ▲ 특별연장근로 반대.ⓒ연합뉴스

    기업은 업무량 급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쓸 경우 불가피한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가령 납기 단축으로 말미암아 업무량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단기간(최대 4주)에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등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노동부는 설명자료에서 △대규모 리콜 때 자동차 정비업무 △시스템통합(SI) 테스트를 앞둔 상황에서 시스템 대폭 수정 △과일 등 원료의 부패 우려 속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노동부는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듯 특별연장근로를 근로자 건강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인가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시간은 원칙적으로 1주 12시간을 넘지 않게 인가하고 예외적으로 12시간을 넘을 때도 그 기간이 연속 2주를 넘지 않게 운영한다는 태도다.

    연장근로 사유가 재해·재난과 인명 보호, 돌발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인 경우 연장기간을 최장 4주, R&D는 최장 석 달로 제한할 방침이다. 돌발 상황 수습과 업무량 폭증의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쓰더라도 1년 내 사용 기간은 90일을 넘을 수 없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요청하면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노동자 건강권 등을 고려해 연장근로 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1주 8시간 이내 추가 연장근로 운영 등을 적극 지도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이를 어기면 추후 인가 신청 때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어려움인 돌발적·일시적 상황에 대처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올해 말까지 제도를 운용해 효과 등을 분석하고 입법 상황을 봐가며 개선 또는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면 주 52시간제가 무력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4일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노동부와 법제처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