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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도미노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인체 혈관 역할을 하는 차량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재고가 점차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부품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대부분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며 현재 공급이 끊긴 상태다.
이에 쌍용차 등 국내 업체들은 며칠간 공장 가동을 멈추며, 또 다른 공급루트를 알아보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이날부터 12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토일 주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휴일은 7일이다. 현재 쌍용차는 와이어링 하네스 전량을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했다. 따라서 중국 공장들은 10일부터 정상 가동이 가능한데, 이 일정에 차질이 없으면 13일 전에는 부품 수급이 가능하다는게 쌍용차 측의 계산이다. 쌍용차가 12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쌍용차는 공장 가동을 멈추는 7일간 단체 협약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10일부터 정상 가동되면 13일부터는 부품 수급이 가능하다"며 "연휴가 다시 한번 연장되지만 않으면 생산 재개에는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또한 모든 생산라인이 멈춰선다.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회의를 열고, 공장별·라인별 휴업 계획에 합의했다.
이날 오전에는 울산 5공장 2개 라인 중 G70·G80·G90 등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51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 오후부터는 공식적인 휴업에 들어간다.
포터를 생산하는 4공장 1개 라인 역시 이날 오후부터 가동이 중단된다. 울산 1공장은 5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 이 공장에서는 코나, 벨로스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 울산 5개 공장 모두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며 7일에는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다.
현대차 노사는 전주공장과 아산공장 또한 각각 6일과 7일부터 휴업하기로 합의했다. 휴업기간은 이달 10~11일까지가 될 전망이다.
가동 중단 기간 현대차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부품 수급 상황이 비슷한 기아차는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감산에 들어갔다. 기아차 역시 조만간 가동중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지엠은 생산속도 조절을 위해 지난 주말 특근을 취소했으며, 아직 별다른 영향이 없는 르노삼성 또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국 정부가 추가 연장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연휴기간이 더 길어지면 그만큼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 해결에는 적어도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의 서플라인체인 붕괴에 따른 생산차질 회복 시점이 상당기간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수급이 쉬운 반면 부피는 커 통상 일주일치 정도 재고치만 확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