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 철도이용 구멍…매표소 현금구매·코레일톡 전달기능 허점철도노조 3월 추가파업 가능성…손병석 사장 "국가비상사태에 협조요청"
  • ▲ 서울역.ⓒ연합뉴스
    ▲ 서울역.ⓒ연합뉴스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직원 보건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자칫 직원이 감염되면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현재의 철도이용 시스템에서는 보균자를 100% 걸러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4일 세종시내 모 음식점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우한 폐렴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손 사장은 "(전염병에 대해) 과하게 대응하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차량 철도역사 방역에 치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사장은 직원 보호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직원 1명이 많은 승객을 감당하고 있어 감염되면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직원 보건예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질본)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12·14번 확진자가 들렀던 역사매장도 임시 폐쇄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현재의 철도 운영시스템을 고려할때 보균자를 모두 걸러내는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요즘은 코레일톡(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표를 사니 (확진자가 나오면) 좌석과 주변 좌석 승객을 90% 이상 특정할 수 있다"며 "(질본이) 자가격리자 정보를 주면 (만에 하나 자가격리자가 열차를 이용해 돌아다녀도) 예약 때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사장 설명을 돌려 생각하면 현재 철도 운영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매표소에서 현금으로 표를 사는 나머지 10%쯤의 승객은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확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레일톡 이용에도 구멍이 있다. 손 사장 말마따나 자가격리자는 원래 돌아다니면 안되지만 본인 말고 지인이 앱을 이용해 표를 구한 뒤 이를 전달받을 경우 이를 걸러낼 수 없는 실정이다.

    역사 방역도 코레일이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 손 사장은 "방역장비는 보건소 등 자격이 있는 방역 당국만 할 수 있다"면서 "(코레일은) 대수송이 이뤄진다는 논리로 지방자치단체에 방역 장비 설치를 요청하지만, 지자체는 그런 요구가 폭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용산역, 부천역 등 일부 역은 지자체의 협조로 방역 장비가 설치됐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매출이 30%쯤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손 사장은 "지난 주말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억원쯤 떨어졌다"며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30%쯤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현재의 우한 폐렴 사태가 3개월쯤 이어지면 1000억원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게 코레일의 계산이다.

    설상가상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4조2교대 도입 문제로 다음 달 추가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난감하다는 태도다. 손 사장은 "노조 측에선 4조2교대 도입으로 4600명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며 "국토부가 먼저 안을 내놓으라는 태도인데 국토부는 반대로 노사가 합의안을 가져오라는 견해"라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3월 추가 파업과 관련해 "(노조 측에 우한 폐렴으로) 국가비상사태이니 협조해달라고 했다. 노조도 국가적 어려움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 열차 운행상황 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 열차 운행상황 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손 사장은 수도권 열차운행 지연과 관련해선 "야심 차게 열차운행 시간표를 전면 조정했는데 준비과정이 소홀해 수도권 이용객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죄송하다"면서 "지금은 러시아워 때 평균지연이 3분30초쯤으로 일단 회복했다"며 "오는 4월 초 정부 작업을 거쳐 대대적으로 열차운행 시간표를 개편할 계획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대부분 나라에서 광역철도는 시간표가 없다. 5분에 1대꼴로 열차가 온다는 식의 시격(열차 배차간격)만 있다"면서 "(코레일도) 열차시간표를 없애는 시격제를 검토했지만, 있던 것을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열차시간표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운행하면 철도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 시격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이용객 불편을 가져올 수 있어 당장 도입하기는 조심스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