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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에 이어 국내 제약사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일제약이 지난 5일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영업파트 재택근무를 결정한 데 이어 한미약품도 재택근무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들은 비교적 일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해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한국화이자제약, 한국MSD, 암젠코리아, 한국애브비, 한국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BMS제약, 세엘진코리아 등은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선 상태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는 재택근무 조치에 대해 미적지근한 분위기였다. 종합병원 위주로 영업하는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들은 영업 대상의 범위가 넓고 영업활동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뜻 재택근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 가운데 삼일제약과 한미약품이 지난 5일 선제적으로 영업사원의 재택근무라는 결단을 내렸다.
삼일제약은 지난 5일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결정을 내린 후 즉시 공지하고 귀가 조치를 실시했다. 삼일제약은 이번주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추세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삼일제약이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재택근무 조치를 내린 데에는 젊은 '오너 3세'인 허승범 삼일제약 부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허 부회장은 1981년생으로 지난 2013년3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르고 2014년 9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일제약은 고 허용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 부회장의 아버지인 허강 회장과 허 부회장이 각자 대표체제로 이끌고 있다.
허 부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기존 최대주주이던 허 회장을 제치고 삼일제약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젊은 피'인 만큼, 1947년 설립된 삼일제약의 체질을 새롭게 개선하고 있다는 평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영업부서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조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젊은 경영인의 용단 덕분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한미약품도 지난 5일 오후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공지를 내고 6일 현재 재택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영업사원들에게 병의원 방문을 자제하고 온라인 마케팅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불가피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에는 사전에 해당 기관과 의료인의 동의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장, 팀장과 반드시 협의할 것을 권했다. 팀·지역 내 회의도 금지하고 유선으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한미약품은 사전에 약속된 행사나 일정도 의료인과 재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부 대학병원이 출입 제한을 권고하는 것은 물론, 보건의약계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한미약품은 능동감시 대상자 및 접촉 의심 시 즉시 격리 후 보고할 것을 권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는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재택근무로 인한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 상위 제약사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재택근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재택근무 조치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약품이 재택근무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재택근무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일제약과 함께 한미약품도 재택근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제약사들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 조치를 내릴 제약사들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