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완화에 기업들 경영권 방어 급급…투자위축 우려주주행동주의 내세운 울프팩전략 한국 등 韓기업 외국인 지분 높아 공격에 취약…주식대량보유 3%룰 강화해야
  • 정부가 추진중인 투자자의 기업경영 참여 규제완화 정책에 국내 주요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다.

    공적연기금의 경영참여를 독려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나 사모펀드가 소수 지분만으로 지배구조나 경영에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공적기능을 하는 연기금과는 달리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경영개입은 단기실적주의를 내세우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투자와 고용감소를 야기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1일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의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행 5% 기준인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를 3%로 낮추는 동시에 5일 이내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1일 이내 신고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통해 주주와 경영진의 대리인비용을 감소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기대하지만 사실 단기실적주의로 인해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시킨 사례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후속조치로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구별하는 사모펀드 형태의 영역을 허물고 적극적으로 기업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개편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소수지분으로 단순 투자만 했던 헤지펀드가 지분율을 일순간에 높여 기업을 공격하는 이리떼 행동주의(울프팩 전략)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울프팩 전략으로 2015년에만 미국 상장회사 중 343개가 공격을 받았고, 2016년 상반기에 113개 회사가 공격을 받았다.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은 주주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단기주가를 상승시키고 연구개발(R&D) 투자를 급격히 줄이는 등 단기실적주의 경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 이 같은 헤지펀드의 기업공격은 서구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가는 추세다.

    JP모건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사례는 2011년 대비 2018년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글로벌 평균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한국은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4대 그룹 상장사 55개 가운데 19개(35%)는 대주주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다"며 "국내 기업은 헤지펀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은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포이즌 필 같은 방어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기주식 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해야 할 돈을 경영권 방어에 쓰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기회사 주식을 되사는데 쓴 돈은 2017년 기준 8조 1천억원에 달한다.

    최 교수는 "기업들의 침체된 설비투자가 국내경기 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수와 배당의 확대는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한 국내 주요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자금을 쓰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 증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도에서 현행 5%룰은 3%룰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반할 때는 의결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공시의무의 강화하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제도 등 기업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도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