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재건축사업이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그 틈을 타 한동안 뜸했던 리모델링사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친 단지들의 시세를 따져봤다.
아파트 리모델링이란 건물 뼈대만 남겨놓은 상태서 앞뒤로 증축해 크기나 외관 등을 새롭게 고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리모델링사업은 2003년 처음 도입됐지만 실제 완공된 단지는 14곳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어차피 뜯을 거 아예 새로 짓자'는 마인드가 강한 탓이 컸다.
국내 대표 리모델링 아파트로는 서울 마포구 현석동 118번지 '밤섬 쌍용 예가 클래식(옛 호수아파트)'이 꼽힌다. 1989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2010년 5월 리모델링사업 허가를 받고, 2011년 3월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12월 재입주했다.
현재까지 2개층을 수직증축한 사례는 이 단지가 유일하다. 쌍용건설측은 "전후좌우 증축과 내진성능 보강, 친환경설계까지 당시 현존하는 리모델링 기술이 집약된 큰 프로젝트였다"며 "현장에 적용된 공법은 모두 건축학회 검증까지 마쳤었다"고 회고했다.
만족도는 기대치 보다 높았다. 리모델링전에는 단지앞 강변북로 방음벽 탓에 1~2층 주민들의 경우 한강조망이 안됐지만 2개층을 수직증축하면서 전 가구 조망이 가능해졌다.
실내면적도 전후좌우로 키워 부쩍 넓어졌다. 전용별로 △63.36→82.36㎡ △66.24→85.54㎡ △69.12→89.48㎡로 탈바꿈했다. 가구당 면적이 22~30% 가량 늘어난 셈이다.
가구가 다닥다닥 붙은 복도식 구조에서 계단식으로 바뀌면서 소음 및 사생활침해 불편이 해소됐고 주차 허용대수도 종전 30대에서 100대로 확대됐다.
가격상승은 가파랐다. 2011년 3월 5억2000만원이던 전용 82㎡(옛 63㎡)는 재입주후 첫 실거래에서 1억8500만원 오른 7억500만원에 팔렸다. 가장 최근 거래된 것은 2018년 3월20일로 8억7020만원에 매매됐다. 현재 호가는 12억원으로 초고가아파트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물산은 1992년 1월 준공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34 두산아파트를 2011년 6월 리모델링해 2014년 1월 '청담래미안로이뷰'로 재탄생시켰다. 당초 지상 12~15층이던 해당단지는 리모델링 후 지상 13~16층으로 1개층 증축됐다.
면적은 전용 84㎡에서 110㎡로 약 30%가량 늘었으며, 주차대수는 기존 116대에서 216대로 100대 증가했다. 특히 냉·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제로에너지'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당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담래미안로이뷰 또한 리모델링 후 값이 크게 뛰었다. 리모델링 전인 2011년 2월 8억9000만원이던 전용 110㎡(옛 84㎡) 로열층 경우 입주 후 13억9500만원으로 무려 5억원이나 올랐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25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신고가를 갱신했다.
1993년 1월 준공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130번지 '청구아파트'는 2012년 2월 HDC현대산업개발을 만나 2년 뒤 청담아이파크로 거듭났다.
당시 청구아파트는 대대적 수술에 들어갔다. 지하 한 개층을 더 뚫고 한 개층을 또 수직증축했다. 이와 함께 수평증축도 이뤄졌다. 가구당 면적은 전용 85㎡에서 110㎡로 넓어졌고, 2베이였던 구조도 3베이로 바뀌었다. 주차대수도 기존 82대에서 129대로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청담아이파크 현장은 원래 타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됐었지만 협소한 부지 탓에 기존공법으론 법적요건인 소방차량 진입도로를 설치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포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기간도 25개월로 짧은 편이었다"면서 "기술연구소 개발로 우리가 특허를 가진 SAP공법을 활용해 공기단축은 물론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여 현장 민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 전 7억원 안팎이었던 전용 110㎡(옛 84㎡) 매매가격은 2014년 2월 재입주 후 그해 9월 12억원에 새주인을 만났다. 이후에도 청담아이파크는 매년 신고가를 찍었고, 지난해 11월에는 21억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24억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시장 규제와 재개발 일몰제 적용으로 신규공급에 대기수요자들이 누적돼가고 있다"며 "서울과 1·2기 신도시에 형성된 구축아파트 물량을 고려한다면 리모델링 사업은 규제 속 공급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