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대박… CJ家 문화보국 결실1995년부터 320편의 영화 투자·배급 문화산업 누적 투자 7조5000억
  • ▲ CJ그룹 이재현 회장(왼쪽)과 이미경 부회장(오른쪽).ⓒCJ그룹
    ▲ CJ그룹 이재현 회장(왼쪽)과 이미경 부회장(오른쪽).ⓒCJ그룹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계를 휩쓸면서 향후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 분담도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21일 CJ그룹에 따르면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배급사로,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기생충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에서는 기생충을 시발점으로 CJ그룹의 콘텐츠 사업이 앞으로는 더 체계적·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큰 틀에서의 투자 결정은 이재현 회장이, 해외에서 네트워크 교류는 이미경 부회장이 맡게 되는 구조다. 지금까지도 이런 역할 분담이 이뤄져왔지만, 앞으로는 더욱 고도화될 것이란 얘기다.

    콘텐츠 사업에 있어 전 세계 영화는 물론 각종 셀럽, 전문가, CEO, 아티스트들과의 스킨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인맥 구축과 유지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때문에 오랜시간 이들과 교류하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경 부회장은 헐리우드가 있는 LA에 거주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교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의 문화 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직접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故 이맹희 회장의 장녀다. 남동생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있다. 오너가의 맏딸로서 동생인 이재현 회장을 깍듯이 예우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퇴진 압박을 받고 2014년 국내를 떠났다. 가끔 사적인 용무로 국내에 들어오기도 하고, 필요한 회의가 있으면 참석했다는 게 CJ그룹 안팎의 후문이다. 다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물밑에서 행보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의 국내 복귀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처럼 해외에서 본인 역할을 하는 그림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의지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이 회장의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문화보국의 사명감이 25년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동안 CJ그룹이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금액은 무려 7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 분담이 오늘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다.

    한편, CJ는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하며 국제영화제 진출 및 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25년 가량 문화사업을 지속해온 것은 이재현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이재현 회장은 1995년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투자 계약을 하러 가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본인의 비전을 밝혔다.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CJ가 한국영화 투자 및 배급 시스템 확립,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등 영화산업에 진출한 것이 기폭제가 돼 한국영화산업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