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20일 조용히 개점현대百 “면세점 매출 3년 내 2조까지 확대”공항 면세점도 도전… 현대免 ‘빅3’ 위협하나
  •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지난 20일 코로나19 여파에도 시내면세점 2호점 오픈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내년까지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1개, 아울렛 3개를 추가로 오픈하는 만큼 후퇴 없이 빠르게 사업을 키워 나겠다는 각오다. 이달 말 입찰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할 경우 롯데·신라·신세계 ‘빅3’로 형성된 면세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에… 동대문점 조용히 개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일 서울 장충단로 두산타워에 동대문점을 오픈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픈이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이런 결정에는 매장에 입점된 브랜드와의 협상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개점을 연기할 경우 발생할 협력사원, 브랜드 등의 피해를 고려해 예정대로 오픈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데 일조하고자 예정대로 오픈했다”며 “다만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오픈 축하 행사 및 대규모 집객 행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을 연 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고, 다른 입구인 에스컬레이터 쪽으로는 두타몰에 설치된 열화상 CCTV로 고객과 직원들의 체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매장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13층 고객 데스크에서는 고객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다. 점포 운영시간도 줄여 정오에 영업을 시작했다. 운영시간도 당분간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3시간 30분 단축했다.

    낮 12시께.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대리구매상 100여명이 오픈 전 줄을 서 기다렸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의 큰 손인 중국인들을 대규모로 모객하지 않아 대부분의 층이 한산했다. 동대문을 주로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었고 일본인 개별 관광객들도 일부 있었다. 

    베트남 관광객 미 히엔씨는 “동대문에 면세점이 새로 오픈한다고 해서 왔다”며 “지난번 동대문을 방문했을 때도 이 면세점을 왔는데 못 봤던 패션 브랜드도 있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 ◇ 현대百 “면세점 매출 3년 내 2조까지 확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동대문점에서 7000억원, 무역센터점에서 9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년 내 2조원 대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동대문점의 경우 오픈 특수는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내 면세점이 주 고객이 중국의 대리구매상(다이궁)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현재 이들의 입국이 사실상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최근 한 달 주요 시내면세점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강북권에서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송객수수료율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무역센터점 개장 당시 업계 평균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송객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연초 성수기와 겹치면 최대 40% 이상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날 현대백화점 측은 송객수수료를 평균 20%대로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의 두타면세점 동대문점의 수수료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과 동대문의 면세점들은 위치가 명동 등 강북보다 좋지 않아, 평균 송객수수료율이 3% 정도 높다. 예전 두타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1~2%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동대문점의 송객수수료를 공개할 수 없지만, 업계 평균 수준이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돼 면세점에 집객이 힘든 상황에서, 송객 수수로율을 높인다고 따이공(대리구매상)들이 올 수 있지도 않다”고 전했다.
  • ◇ 공항 면세점도 도전… ‘빅3’ 위협하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26일 입찰 마감인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사업에도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서울 강남과 강북에 각각 시내면세점을 두고 인천공항까지 진출하면 업계 후발주자지만 어느 정도 위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인천공항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단번에 롯데·신라·신세계 ‘빅3’를 위협할 존재로 떠오를 수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구매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인천공항 면세점 3곳과 시내면세점 2곳 확보로 점유율을 크게 올려 빅3에 안착한 바 있다. 

    다만 높은 임대료에 발목이 잡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개점 이후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700억원, 올 1분기 1569억원, 2분기 1940억원, 3분기 2108억원, 4분기 2314억원으로 매분기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영업손실 규모는 같은 기간 256억원, 236억원, 194억원, 171억원, 141억원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운영자금 2000억원을 수혈해 지금까지 총 4500억원을 출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1분기 중 동대문점 운영을 시작하더라도 초기 흥행은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높으나, 2개의 면세 사업장을 운영함으로써 면세 사업의 기틀을 더 확실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