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유통매장 줄 휴점 잇따라유통업계 "이달 매출 최소 5000억 감소"온라인 주문 폭주로 이커머스업계 ‘배송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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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업계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확산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휴점이 이어지면서 언제 어느 매장을 닫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달에만 5000억 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소비심리마저 얼어붙고 있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일 이후 유통매장 줄 휴점 잇따라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후 지금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점에 돌입한 마트·백화점·면세점·호텔 등은 20여 곳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20일 이후 8곳이 문을 닫았다. 현대백화점 대구점(20일), 이마트 성수본점(20일), 홈플러스 광주계림점(21일), 이마트타운 킨텍스점(21일), 이마트 속초점(22일), 이마트 과천점(23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23일) 등 7곳이 임시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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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권창회 기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달 초 수일 동안 문을 닫았다. 신라면세점이 10일(본점 5일·제주점 5일), 롯데면세점이 8일(본점 3일·제주점 5일) 임시 휴점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일 매출이 150억~200억원, 제주 시내 면세점의 일 매출이 40억~5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휴업일 수로 단순 계산해도 이들 업체들의 피해 금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

    백화점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은 지난 7~9일 문을 닫으면서 300억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이어 지난 21일 전주점, 23일 영등포점까지 임시 폐쇄하면서 손실이 커졌다. AK플라자 수원점(10억원), 현대아울렛 송도점(10억원) 등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해 매출이 감소했다. 방역을 위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전체가 쉬었던 10일 하루에는 1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이 증발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3일 지하 1층 식품관의 문을 닫았다. 지난 19일 오후 2시께 확진자 방문 사실을 통보받으면서다. 강남점의 연 매출은 2조원, 일 매출은 55억원 이상으로 전체 매출의 15~20%가량을 차지하는 식품관을 하루만 닫아도 1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 외에는 딱히 대책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셔터를 내렸다. 이마트는 지난 23일 확진자가 쏟아져나온 신천지 본부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방역을 위해 하루 휴점을 결정했다. 

    앞서 이마트 군산점(1월31일), 부천점(2월1일), 마포공덕점(2월7일), 성수본점(2월20일), 킨텍스점(2월21일), 속초점(2월22일) 등이 임시 폐쇄했다 재개장했다. 이마트는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일 매출이 3억~5억원 수준으로 40억~5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광주계림점, 롯데마트 전주송천점·청주상당점·대전노은점도 연이어 문을 닫았다 재개장했다.

    유통업계가 임시 휴점에 따른 직접 피해액만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매출이 회복되는 듯 했더니 지난주를 기점으로 다시 확산세로 돌아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 ▲ ⓒ쿠팡 어플리케이션
    ▲ ⓒ쿠팡 어플리케이션
    ◇ 온라인 주문 폭주로 ‘배송 전쟁’

    모바일과 온라인 주문은 폭주하고 있다. SSG닷컴과 이마트몰의 쓱배송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평균 주문 마감률이 80% 초반이었으나, 지난 22일에는 전국적으로 99.8%까지 상승했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은 28일까지 모두 마감돼 주문할 되어 주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도 편차가 있지만, 오는 26일까지는 대부분 주문이 마감됐다.

    매출도 지난달 같은 기간(1월 19~23일)보다 47.1% 늘었다. 식품이 52.3% 주문이 증가했고, 라면과 통조림은 각각 236%, 288% 매출이 뛰었다.

    전국 배송이 가능한 쿠팡도 주문 마감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220만~230만개던 출고량은 설 이후 300만개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대구·경북과 부산 지역은 배송 인력이 부족해 판매가 어려울 지경이다. 수도권도 일부 품목은 조기 마감 상태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으로 몰린 탓이다. 그러나 온라인몰 역시 마스크와 위생용품, 생필품 등 판매는 늘었지만 반대로 여행상품 등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분야의 매출이 줄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도 유통업계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인 계절 마케팅이 실종된 상태라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파가 6개월가량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발생 직후인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각각 12%, 10% 하락했다. 이후 2~3개월간 매출이 6% 감소하다, 4~5개월 후 회복세를 보였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발생 후 6개월간 업종 악화와 회복이 진행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회복 기간이 길었던 업종은 호텔·레저, 유통, 섬유·의복, 화장품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