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2~3년 주기로 인사불매운동 여파 여전… 첫 한국인 사장 떠나면 ‘후폭풍’ 거셀 듯“정해진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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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한국닛산의 허성중 사장 재임 기간이 3년을 넘었다.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 나가기 위해 연임될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교체될지를 놓고 수입차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26일 업계에 따르면 허 사장은 2017년 2월 한국닛산에 부임해 만 3년째 근무하고 있다. 통상 2~3년 주기로 인사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허 사장은 2004년 한국닛산 설립 이후 첫 한국인 사장이다. 1974년생인 그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한국닛산에 입사한 뒤 한국과 호주, 필리핀닛산에서 판매 및 영업과 딜러 관련 업무 등을 해왔다.허 사장은 취임 당시 실적의 버팀목이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과 인증취소 등 홍역을 치른 뒤 전열을 가다듬는 중책을 맡았다.그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취임한 첫해인 2017년 사상 처음으로 6000대를 넘는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사후서비스(AS) 강화와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업계는 허 사장이 판매 확대를 이끈 데다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유임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한국닛산은 지난해 7월 일본차 불매 운동이 시작된 뒤 갑자기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국내 시장 판매량은 3049대로 2018년(5053대)보다 39.7% 급감했다. 한때 2.7%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2%까지 주저앉았다.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으면서 한국닛산은 사업 운영구조를 재편하고 딜러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대폭적인 지원금을 내걸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한 업계 관계자는 “허 사장이 올해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었다”며 “그러나 불매 운동으로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이어 “허 사장은 첫 번째 한국인 사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면서 “사장직을 내려놓는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첫 한국인 사장이 떠난다면 부랴부랴 끄려던 국내 시장 ‘철수설’의 불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란 분석이다.한국닛산 측은 “허 사장의 거취는 미정”이라며 “연임 여부와 후임자 역시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철수설에 대해서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것이란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적극 대응한 만큼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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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산은 2004년 한국닛산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케네스 엔버그 사장은 2년 3개월여 동안 수장을 맡았다.후임인 그렉 필립스 사장은 한 차례 연임해 ‘최장수 대표이사’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6년 5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약 3년 10개월간 한국닛산에 몸담았다.그는 특히 성공적인 신차 출시와 시장 안착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동맹) 협업에 따라 르노삼성자동차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뒤를 이어 한국닛산 경영을 도맡은 최고경영자는 겐지 나이토(약 3년 2개월)와 기쿠치 다케히코(약 3년 5개월‧사임) 등 일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