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유망 스타트업 직접 육성안정성 중점둔 스타트업 투자새로운 미래산업 도전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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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정체에 빠진 패션업계가 신사업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키우기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전통적인 사업만으로는 혁신하기 어렵다고 보고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지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벤처 투자 및 기타 금융 투자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디스커버리·MLB 등 의류 브랜드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F&F가 청년 창업자와 동반 성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열린 신진 디자이너 선발 행사 K-패션 오디션·트렌드페어에서 김창수 대표가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회사 측은 "패션 스타트업 성장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F&F뿐 아니라 패션업계의 스타트업 키우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F는 플랫폼(O2O) 분야 관련 법인 티코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티코는 이머커스 기술을 가진 모바일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LFS는 이 회사의 지분 30%를 지분을 사들였다. LF는 지분취득 당시 티코가 가진 이커머스 기술이 향후 자사 모바일 쇼핑몰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패션 잡화 업체 로우로우와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다. 로우로우는 2011년 창업한 회사로 가방, 신발 등 출시해 연 매출 100억원을 거두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로우로우의 전략적 파트너로 앞으로 유통망 확장과 생산 및 물류 인프라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패션산업 중심지인 동대문에서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유공간 무신사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입점 브랜드의 성장이 무신사의 성장동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곳은 다양한 형태의 오피스룸, 쇼케이스가 가능한 워크룸, 테일러룸 등 K-패션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공간을 망라하고 있다.
무신사는 같은 맥락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는 브랜드에 투자를 진행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무신사 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올해 임원인사에서 서승완 부사장을 임명하면서 기업 투자와 재정 컨설팅 지원 등의 역할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패션업계가 스타트업 키우기에 나서는 것은 시장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4300억원으로 2017년(42조4704억원)과 비교해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거나 협력을 통해 신사업 진출 시 동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win-win)인 셈이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우수한 업체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래 혁신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패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됐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지난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기업을 만들고 매년 5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프라다 역시 스타트업 부트캠프와 협력해 패션 기술 스타트업 30곳을 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고 트렌드가 빠른 패션 시장에서 보다 손쉽고 안전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각 업체의 스타트업 키우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