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예산만 8.5조, SOC 집중한 메르스 추경 6.2조와는 정반대 정책기조취약계층·미취학아동 부모에 쏟아붓는 소비쿠폰…소비진작 효과 미지수습관적 추경, 경기부양 효과 '글쎄'…일각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 주장도
  •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위)와 중구 명동거리(아래)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정상윤, 권창회 사진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위)와 중구 명동거리(아래)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정상윤, 권창회 사진기자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에 대한 대응으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한 가운데 3조800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소비진작 정책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나친 선심성 현금살포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경기부양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자넌 5일 오후 국회에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제출했다.

    제출된 추경안을 보면 정부재정으로 지출하는 세출예산만 8조5000억원이다. 이는 2015년 메르스 추경 당시 세출예산 6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개소세 인하, 소득공제율 확대 등 각종 세제지원으로 구성된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은 올해 세수감소분을 추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추경안은 세출예산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중 감염병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 및 음압구급차 확충 등 방역체계를 보강하는 2조3000억원과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2조4000억원을 제외한 3조8000억원은 모두 현금 지원 사업들이다.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투자에 1조5000억원을 쓰며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했던 메르스 추경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기조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이번 추경은 SOC사업을 포함시키지 않고 경기부양과 소비진작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업 중심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위)와 중구 명동거리(아래)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정상윤, 권창회 사진기자
    SOC '0'… 현금복지로 소비진작 가능할까

    3조8000억원의 현금 지급 정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저소득층과 청년, 노인, 미취학아동의 부모에 대한 지원으로 구성됐다.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137만7000가구(189만명)에게 지역사랑상품권 4개월간 지급한다. 2인 가구 기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매달 22만원씩 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다. 이들 수급자에게 4개월간 지급되는 예산은 8506억원이다.

    아동수당 대상자에게는 특별돌봄 쿠폰 명복으로 상품권 1인당 10만원씩 4개월간 지급한다. 263만명의 부모가 혜택을 보는 이 정책에는 1조539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월급여의 30%를 상품권으로 수령시 20% 상당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지급받는 상품권은 일정기간(3개월) 이내에 전통시장, 동네슈퍼 등에서 사용해야 한다. 현재 27만원의 월급을 받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상품권을 수령할 경우 현금 18만9000원과 상품권 14만원을 합쳐 총 32만9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정책에는 총 1281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외에도 청년추가고용장려금 4874억원,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50만원을 3달씩 지급하는 구직촉진수당 797억원 등 고용시장 안정자금으로 70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꾸려진 현금복지 정책에 야당은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한다해도 엉뚱한 총선용 예산을 끼워 넣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당장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데 현금을 뿌린다고 경제가 돌아가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기재부 차관 출신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소비쿠폰의 경우 재정지출에 비해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며 "무차별적인 현금복지 예산은 더욱 적극적으로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위)와 중구 명동거리(아래)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정상윤, 권창회 사진기자
    3.8조로 경기부양? 언발에 오줌 누기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상황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주요기관들이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 전망치를 낮추고 한국의 성장률도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해마다 습관적으로 투입한 추경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IMF 이후 최대 위기라 할만큼 현재 경제상황은 최악"이라며 "그동안 현금복지를 남발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이 시기에 제대로된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만 18세 이상에게 1만 홍콩달러(156만원)씩 지급한 홍콩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은 심각한 경기위축에 대응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소득세도 100% 감면(2만 홍콩달러 한도)키로 했다. 이를 위해 홍콩정부는 188억 홍콩달러(2조9000억원) 수준의 재정지출을 감수했다.

    이재웅 소카 대표는 '재난 기본소득' 50만원 지급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재난 기본소득을 50만원씩 1000만명에게 주면 5조, 2000만명에게 주면 10조원"이라며 "20조원의 추경을 준비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민생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 지급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세금감면 정책은 대다수 국민들이 혜택을 볼수 없고 당장 소득진작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전국민 5000만명에게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면 15조원이면 된다는 추산이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7일부터 본격적인 추경안 심의에 들어간다"며 "민생과 경제에 꼭 필요한 추경안 편성을 위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