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긴급사용 승인 대기 업체만 30여 개사… 수익성 저하 우려국내 질본 승인 받기 어려운 신속진단키트, 해외 수출 활로 모색
  •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젠바이오텍, 씨젠, 수젠텍, 솔젠트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연합뉴스, 각사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젠바이오텍, 씨젠, 수젠텍, 솔젠트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연합뉴스, 각사

    국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좁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 활로를 찾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국내 시장 규모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검사에 따른 보험수가는 상기도, 하기도 2번의 검사를 할 경우 1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검사자 수는 18만 9236명으로 집계됐다.

    진단키트 업체가 20만명의 코로나19 의심자를 2번 검사할 경우 약 280억원을 벌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인 수익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업체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4곳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인한 매출 기여도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해 질본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기업들 30여 개사들 중 추가 승인 업체가 늘어나면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진단 시장과 키트 시장은 구분돼야 한다"며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국내 시장 규모는 작은데다 수익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가 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3일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출 품목허가 인증 절차를 마치고 중동 판매를 개시한 데 이어 이날 UN 조달기구의 공급업체 등록을 완료했다.

    이번 등록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국제기구는 랩지노믹스가 개발한 진단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랩지노믹스가 등록한 진단제품은 이번에 개발 완료된 코로나-19 진단키트 외에도 감염성 질환을 선별하는 진단키트로 주로 위생환경이 취약한 지역에서 발병이 쉬운 뎅기열, 말라리아, 장티푸스, 결핵,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하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등이다.

    솔젠트는 지난달 27일 질본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다음날(28일) 유럽인증(CE)를 획득해 수출 활로를 열었다. 솔젠트는 지난 5일 중국 파트너사와 40만명분에 해당하는 코로나19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6일 미국, 중남미 파트너사와 21만명분의 진단시약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중동 국가 전체,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국가와도 제품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탈리아와 중동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진단키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8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7375명으로 집계되면서 같은 날 오후 4시 기준 한국 확진자수(7313명)를 넘어선 상태다. 같은 날 중동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99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질본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기 어려운 신속진단키트들도 해외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젠텍, 피씨엘 등은 콧물, 혈액 등을 통해 10분 내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체·항원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질본이 긴급사용 승인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방식은 정확도가 99%로 높지만 검사하는데 평균 6시간이 소요된다.

    국내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신속진단키트의 정확도가 85%로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사용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저개발 국가 수출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학회 감염병관리이사는 "저개발 국가에서는 분자진단검사를 시행할 인력, 금전적 자원이 없기 때문에 신속진단키트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승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구권의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됨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국내에서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개발을 마친 수젠텍, 바디텍메드, 피씨엘 등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10분이면 1차적인 감염 여부 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균 6시간이 소요되는 분자진단키트보다 더욱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피씨엘은 10분 안에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 간편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별도의 기계설비 없이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항체가 들어있는 키트에 콧물이나 가래 등을 넣으면 코로나19 진단이 가능하다.

    수젠텍이 개발한 신속진단키트는 혈액으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10분내 진단 가능하다. 무증상 감염자 판명까지 가능해 의심 환자를 빠르게 선별해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을 조기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젠텍은 국내 대학병원과 임상시험승인(IRB)를 받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수젠텍은 해당 임상 결과가 나오는 즉시 유럽 CE 등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 연구원은 "최근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빠른 대응을 위해 긴급사용승인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수의 환자에게 테스트를 진행했던 기록이 있는 국내업체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