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중장기 발전 최적임자… "경영 정상화 기여"존재감 대폭 강화… 조선 법인 4개사 총괄 중책
  • ▲ 한국조선해양이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서 ‘제4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한국조선해양
    ▲ 한국조선해양이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서 ‘제4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한국조선해양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중책을 짊어지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등판했다. 가 사장은 다음날 현대중공업지주 사내이사 선임도 앞두고 있는 만큼, 2개 법인 등기이사에 올라 현대중공업그룹 내 존재감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도 올해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가 사장은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은 가 사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공동 대표 체제가 됐다. 

    가 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중간지주사격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성공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법인 4개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이날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대신 주총 의장으로 나선 조영철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가 사장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장기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주총에 불참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가 사장의 사내이사 추천 사유에 대해 "2014년부터 그룹선박영업본부 대표로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과 탁월한 교섭능력을 바탕으로 적극적 수주활동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면서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2019년 흑자 전환을 이루어 냈다"고 평가했다. 

    가 사장이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그룹 내 존재감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에 이어 현대중공업지주도 오는 25일 주총을 열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가 사장을 2개 법인의 등기이사로 등판시킨 것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이 올해 그룹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세워 조속히 현안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가 낸 주주총회 소집공고에는 가 사장을 사내이사 선임하는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은 해당 안건을 추가했고, 현대중공업지주는 사내이사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부사장)에서 가 사장으로 변경했다. 

    가 사장이 영업 활동 등의 이유로 해외 출장이 잦아 이사회 출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데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성공적인 M&A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가 사장은 기업결합 초기부터 현재까지 인수TF 수장을 맡아 양사간 결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와 함께 최혁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처리했다. 현대중공업지주도 25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신재용 서울대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가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확대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승인을 받은 곳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이 전부다. 두 회사의 합병은 심사대상국 6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1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M&A는 무산된다. 

    이제 남은 심사대상국은 한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싱가포르 등이다. 이 가운데 EU는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기업결합심사의 핵심 국가로 업계에선 EU가 이번 심사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 EU의 공정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권 회장 역시 주총 메시지를 통해 올해를 세계 1위 조선그룹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한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권 회장은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각 사의 경쟁력 제고를 돕고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함께 노사 갈등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이번 주총에 앞서서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이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 및 하청업체 체불 책임이 가 사장에게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노조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장은 "지난해 물적분할과 관련돼 벌어진 분쟁으로 최악의 노사관계에 처해진 현실을 해결하는데 모두들 힘을 써달라"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에서 노사가 힘을 모아 이를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20일 '2019년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올해 첫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50여차례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병행했지만, 해고자 복직과 손해배상 소송 취소 등에 대한 의견차로 현재까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47년간 국가 기간사업을 지켜온 한국조선해양이 새로운 50년을 향한 출발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50주년이 되는 2022년에는 글로벌R R&D센터 건립을 통해 '기술과 혁신'의 새로운 한국조선해양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