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사무총장에게 서한…"ILO 등과 공동결의서 채택" 요청ICS·ITF 등 국제단체 지난달 이미 공동성명방역 우선에 결의서 강제력 없어 논란
  • ▲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제 선박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국제해사기구(IMO)에 국제해운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국제해운 관련 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 관련 조처를 촉구한 상태여서 뒷북 행정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해수부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공동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지만,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7일 해수부에 따르면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6일 오후 IMO 임기택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제해운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IMO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해수부는 지난달 17일에는 ILO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선원교대 문제 등 비상상황에 대한 조처를 요청한 바 있다.

    문 장관은 임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은 외국적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하고 원활한 선원교대를 위해 방역·검역절차를 거친 외국선원의 승하선, 국내 이동, 의료서비스를 허용한다"면서 "IMO가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UN 차원의 결의서 채택 등 실행력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해수부 해사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선원 승하선 문제 등은 IMO 업무를 벗어난 것"이라며 "출입국 관리나 외국인 입국금지 등과 관련해 폭넓은 힘이 필요해 공동 결의서 채택 등을 촉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IMO는 선박안전과 보안,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규범을 다루는 UN 산하 전문기구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은 외국선박의 입출항과 선박검사, 선원교대 등 선박운항에 필수적인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IMO는 한시적인 선박검사증서 연장 등 국제협약의 실용적인 운용을 허용하는 조처를 해왔다.

  • ▲ 해운.ⓒ연합
    ▲ 해운.ⓒ연합

    일각에선 해수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뒷북 행정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결의서가 채택되더라도 세계 각국이 방역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분야 전문가는 "국제선주단체가 이미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선원 교대 문제 등을 국제운수노련(ITF)에 건의했고 ITF가 이를 받아들여 유예 조치가 취해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선주·운항사 등 세계 상선대 80%를 회원사로 둔 국제해운단체 국제해운회의소(ICS)와 ITF는 국제선박이 들를 수 있게 항구를 열고 선원이 최소한의 제약으로 교체·이동할 수 있게 각국의 여행제한 조치가 면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이를 지난달 26일 IMO와 UNCTAD 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 장관이 임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수부 바람대로 IMO가 ILO 등과 협력해 공동 결의서를 채택해도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수부는 공동 결의서 채택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해수부 해사안전정책과 관계자는 "IMO가 이미 다른 국제기구와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채택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채택되면 (각국에 입출항, 선원 승하선 허용 등을 위한) 긍정적인 압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운전문가는 결의서가 채택돼도 형식적·선언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견해다. 해운전문가는 "인도적 차원에서 입출항이나 선원 하선 치료 등이 이뤄질 순 있겠으나 이를 코로나19 발병 이전처럼 대대적으로 해달라고 강제할 순 없다"면서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는 각국의 방역이 결의서 내용보다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수부 한 관계자도 "(결의서가 채택돼도) 검역 등은 각 국가의 주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각 정부에 (결의서 내용 이행을) 강제할 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