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생산차질·소비감소' 이어져글로벌 1등 NXP 실적 감소 불가피中 이어 美·獨 등 주요 고객사 리스크 확산도걸음마 뗀 삼성-SK, 첫 위기… '투자·신제품' R&D 집중키로
  •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코로나19'에도 반도체 시장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을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업계에 생산이 지연되고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해당 분야 1등 기업도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상황이다.

    이제 막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발을 내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로 처음 위기를 맞았지만 아직은 신제품 기술 개발이나 생산라인 구축 등 중장기 투자에 집중해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대비할 계획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위치한 자동차용 반도체 1위 기업 NXP는 코로나19 이후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데 이어 실제 잠정실적 발표에서 하향 조정한 예상치를 다소 밑도는 수준의 실적을 공개했다. 중국 매출이 3분의 1을 차지했던 탓에 연초부터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중국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중에서도 주력 제품인 차량용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NXP는 아직은 독보적인 1등이 존재하지 않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뒤이어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와 일본의 르네사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이 각각 점유율 10% 내외를 차지하며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NPX가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점하고는 있지만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 차량용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에 접어든 앞으로의 경쟁구도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 최강자인 NXP의 실적이 주춤해졌다는 점은 동종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요소다. 더구나 NXP의 실적 감소 주 원인이 전방산업인 완성차업계의 불황때문이라고 꼽히는 탓에 이들의 수주가 실적으로 직결되는 구조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근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특히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내로라 하는 강자들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속속 진출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지금의 코로나19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메모리 시장 최강자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아직 시장 진입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어 NXP와 같은 주력업체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트래픽이 급증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자동차업계에는 부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퍼지기 시작하며 이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 현지 완성차업체들은 물론이고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후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의 생산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상황까지 왔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난 3월 한달에만 생산량이 무려 27.2% 급감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분기에 생산 차질과 매출 타격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가 7.7%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업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삼성과 SK도 아직은 사업 비중이 높지 않지만 올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서 목표로 했던 성과를 내기에는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완성차업체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기까지 각고의 공을 들여야하는 이 업계의 특성상 올해 주춤한 계약 실적이 내년까지도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2분기 보릿고개를 넘어서면 3분기부터는 공급차질이 해소되고 4분기부터는 제한적이지만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하반기 수주활동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이 주춤한 사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이미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신제품 개발과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메모리 시장 회복세와 더불어 신공장 투자와 차량용 반도체 신제품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