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지속되는 쿠팡의 적자구조… 추가 투자유치 불가피日 비전펀드의 대규모 손실, 코로나19에 얼어붙는 시장美 아마존과 달라진 시장 환경… ‘투자 문제없다’ 낙관론도
  •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습니다. 아마존이 태동할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다릅니다."

    최근 공개된 쿠팡 실적에 대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쿠팡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적자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쿠팡의 지난해 빠른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안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업계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7조1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 신장했다. 이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 성장률은 0.05%에 불과했고 롯데마트의 국내점포 매출 성장률은 -2.1%로 오히려 감소했다. 

    쿠팡이 새벽배송 등으로 신선식품을 본격적으로 취급하면서 대형마트의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했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이들 식품은 이전 쿠팡이 대형마트로부터 기저귀, 분유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빼앗아 올 때와 다르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거 기저귀나 분유제품은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제품으로 쿠팡이 이들 제품을 공략했을 때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적잖은 타격을 받았지만 신선식품은 마진율이 굉장히 낮은 상품군으로 직접 보고 사는 오프라인 선호도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가 큰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쿠팡의 수익성에 있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손실 74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의 1조1383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판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원가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83.6%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원가율 72.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3조3760억원에 판매·관리비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나는 반면 쿠팡은 1조9230억원의 판매·관리비(영업 일반관리비)에 대한 부담이 영업적자로 나타난 셈이다. 

    물론 대형마트도 수년째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기준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지만 쿠팡의 사정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누적적자 3조원을 넘겼다. 지난해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7919억원을 수혈 받았지만 적자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쿠팡의 자본금, 주식발행 초과금에 결손금, 기타포괄손을 제외한 자본총계는 311억원에 불과하다. 올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면 쿠팡은 단번에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 투자유치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이 2018년부터 약 2조4300억원 가량을 쿠팡에 투자했지만 이에 대한 자금 회수 우려도 적지 않다. 비전펀드가 지난해 약 20조320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아마존이 10년 누적적자를 버텨낸 이후 수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아직 수익률은 아직 한자리 수준으로 흑자전환 이후에 적자를 내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e커머스의 초기인 아마존 때와 달리 지금 e커머스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투자유치가 아마존 때와 달리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물론 쿠팡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결국 투자유치와 이에 대한 수익성 개선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풀필먼트서비스 없이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추가 투자를 받는 것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도 오프라인 유통을 강점으로 하는 다양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체험형 매장 등 체류시간을 늘리는 다양한 형태의 매장이 등장하는 것도 쿠팡 등 e커머스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