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 시장 입지 위축동양생명·ABL생명 매물로 거론기업계·금융그룹계로 상위사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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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과 시장 포화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에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커지면서 매각에 따른 보험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1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ABL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점쳐지고 있다.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그룹)은 현재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민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보험업법을 위반한 안방그룹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위탁경영해왔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7월 안방그룹으로부터 주요 우량 자산을 분할해 다자보험그룹을 설립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푸르덴셜생명이 매각되면서 외국계 보험사의 사업 철수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생보사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2000년대 중반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외국계 생보사는 한때 시장점유율이 20%까지 치솟았다.

    FY2010년(2009년4월~2010년3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 PCA생명, 라이나생명, BNP파리바카디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에이스생명(현 처브라이프), AIA생명 등 9개 외국계 생보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21%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변액보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10%대로 떨어졌고, 매각이 본격화됐다.

    2013년 네덜란드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했고, 2016년 영국계 PCA생명과 독일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이 한국 시장을 떠났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품에 안겼던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2018년 신한금융에 재매각됐다. PCA생명은 미래에셋그룹 품에 안긴 뒤 2018년 미래에셋생명에 통합됐다.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도 지난해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화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에서 발을 빼는 이유론 성장 정체가 꼽힌다. 보험업계가 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생명보험 성장률은 마이너스 2.2%로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발을 빼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품에 안긴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한 상태다. 푸르덴셜생명은 FY2009년(2009년4월~2010년3월) 신계약 금액이 6조1308억원이었지만 10년만인 2019년 5조3012억원으로 13.5% 감소했다.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될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은 또 다른 부담요인이다. 대부분의 외국계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 기준이 도입되면 현 수준 유지를 위해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시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만 각 사별로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상당수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을 떠나고 국내 보험사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회사들은 확장이냐 철수냐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 시장에 남아 있는 외국계 보험사는 메트라이프, 라이나생명, 처브라이프와 같은 미국계 기업과 프랑스계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 홍콩계인 AIA생명, 중국계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이다.

    외국계 보험사 M&A(인수합병)가 이어지면서 생명보험시장은 기업계 보험사와 금융그룹 계열사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된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 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4위로 올라서게 된다. PCA생명과 통합으로 자산규모 5위였던 미래에셋생명은 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6위가 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째 중소형사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기로에 선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가 있는데다 자본 확충 이슈가 남아있어 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