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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근심이 날로 깊어만 간다. 지난 1분기는 가까스로 견뎠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 지원은 지난 2월 긴급융자 3000억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심사가 까다로워 1700억원이 미집행 중이며 이외 정부 추가 지원은 없다.
28일 현재 LCC 업계의 국제선은 ‘올스톱’ 상태다. 근거리 휴양지 노선 위주의 LCC 업계는 비행기를 띄울 곳이 없어 제주행 국내선이 유일한 수익 창구다. 화물기 등으로 대체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항공사(FSC)와 비교해 위기 대응 한계도 크다.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견 LCC 이스타항공은 이달부터 직원 350여 명의 정리해고를 진행 중이다. 전 직원 1600명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는 이번 위기가 다수 업체의 구조조정, 폐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LCC가 이번 사태에 보유현금 대부분을 끌어 썼고, 시장 정상화 후에도 당초 예상했던 사업계획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력 갖춘 모기업을 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서울 등 3~4곳을 제외하고는 이후 상황을 잘 버텨낼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도 우려를 표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개별 회사 이슈가 아닌 재난 상황인 만큼 폭넓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무구조가 약한 LCC의 경우 자구책 마련에 한계가 있어 결국은 정리해고와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 2월 정부 지원 발표 후 집행된 예산은 1300억원에 불과하며, 수혜 심사 조건이 너무나 까다로워 업계 어려움이 크다”며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남은 지원금은 빠르게 전액 소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이 거의 바닥난 LCC는 코로나19에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 재난상황”이라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직원을 해고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 정권 정책 기조인 일자리보호와도 상충한다”고 덧붙였다.
갓 사업권을 따낸 신생사 3곳은 더 서글프다. 이들은 비행기 한 번 띄우지 못한 채 시장 정상화만 기다리고 있다.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3개사는 현재 수개월째 영업만 준비 중이다.
신규사 세 곳을 포함해 현재 국내 LCC는 9곳이다. 미국 LCC 수와 같으며, 6곳을 보유한 중국과 비교해 많다. LCC 업계는 그간 정부가 기초 체력이 부족한 영세 항공사에 신규 면허를 쉽게 내어준 탓에 혼란이 더 극심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운항능력과 자본이 검증되지 않은 영세회사에 면허를 쉽게 내줘, 일부 회사는 이번 이슈로 더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기존 업체의 경우 신규 업체와의 출혈 경쟁으로 그간 사업 수익 등을 내실 있게 쌓아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만 소규모 항공사 세 곳이 문을 닫았으며, 결국 모든 피해는 직원에게 전가됐다”면서 “코로나19 이슈가 잠잠해져도 과당, 출혈경쟁 여지가 남아있어 LCC 업계 내 구조조정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