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운영비 100억 못댈 정도는 아니다" 몸값 2000억 안팎… 채권단에도 큰 메리트 없어당분간 인프라·밥캣 등 매각설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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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그룹

    두산그룹이 잇단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두산솔루스, 두산타워에 이어 그룹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두산베어스 마저 거론된다.

    채권단 일각에서 프로야구단 매각 얘기가 흘러나오자 두산그룹은 즉시 "베어스 매각 계획은 전혀없다"며 서둘러 차단했다.

    자칫 그룹의 정체성 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팔 수 있는 자산은 다 팔겠다 공언한 만큼 중앙대나 베어스도 예외는 아니라는 추론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최근 그룹 측에 두산베어스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등을 주로 취급했던 예전 사업군에서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기업으로 바뀐 이상 프로야구단을 더 이상 가져갈 필요가 없단 이유다.

    그동안 숱한 매각설에도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두산 측은 베어스 매각설에는 즉각 반응했다. 아무리 그룹이 어려워도 연간 100억 정도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 반박했다.

    베어스를 매각할 경우 그룹의 위상은 물론 구성원들의 자긍심 저하 등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 일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마케팅 효과나 그룹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베어스는 절대 매각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산베어스는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창단한 국내 첫 프로야구단이다. 창단 당시에는 OB베어스였으나 1999년 두산베어스로 구단명을 바꿨다. 한국시리즈에서 6차례 우승하며 명문구단으로 거듭났다.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며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룹 지주사인 (주)두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 자구안 관련해서 끝없이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가 4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 일부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 대상에 올렸지만 이것으론 부족해 남은 자산에 대한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앙대 재단 매각설도 불거졌다.

    사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두산베어스 매각은 큰 메리트가 없다. 채권단에서 추정하는 베어스 몸값은 2000억원 안팎인데 이것으론 차입금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매각설이 나오는 것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채권단 전반에 퍼져 있어서다. 실제 채권단 일부에선 "알짜 기업도 내놓는 마당에 야구단 매각이 어렵냐"는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이 담긴 3조원의 자구안을 지난달 27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재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시장에선 두산퓨어셀, 산업차량, 모트롤, 골프장 등도 거론되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관련 자산 매각설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단계에서 인프라코어나 밥캣 등 핵심 계열사와 함께 베어스 매각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