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서울시 송현동 부지 공원화 착수에 '당혹'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공원화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당 부지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서울시에서 매입 시 시장가가 아닌 감정평가액대로 토지를 매각하게 돼 ‘가격 후려치기’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날 제출한 상정안에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정해진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관련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위원회 자문을 반영해 다음달 중 열람 공고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안에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

대한항공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며, 채권단은 내년 말까지 2조대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등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 했다. 시장이 예측하는 부지 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서울시가 땅을 사들일 경우 감정평가액 대로 매각가를 단순 책정하게 돼 제 값을 받기 어렵다.

송현동 부지는 지난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1400억원에 사들였던 땅이다. 삼성생명은 해당 부지에 미술관을 지으려했으나 포기했다. 한진그룹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땅을 사들였다. 당시 거래가는 2900억원이다. 한진은 이 곳에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인허가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공원 조성을 위해 대한항공이 시와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 대책으로 꾸준히 거론한 핵심 자산"이라며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경우 민간재원 대상 권력남용, 시장질서 무시 등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