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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공원화 사업'을 접한 대한항공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대한항공 부지를 포함한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당 부지를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업계는 서울시가 대한항공을 압박해 땅을 싸게 사들이려한다며 벌써부터 ‘헐값 매각’을 우려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건축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관련 자문을 요청했다. 지난 27일 제출한 상정안에는 북촌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속한 대한항공 부지에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위원회 자문을 반영해 다음 달 중 공원화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시는 올해 안에 부지를 사들여 문화공원 지정을 마친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시와의 수의계약으로 땅을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이 추산하는 송현동 부지 가치는 최소 5000억원이다. 입찰 흥행에 따라 6~7000억까지 뛸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대한항공 소유분은 경복궁 바로 뒤에 위치하며, 약 3만7000㎡ 규모의 노른자 땅이다.
서울시가 매입하는 경우 단순 감정평가액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토지 가격은 2000억 대로 내려간다.
부지 매각은 대한항공이 산업은행 등 정부 긴급자금을 지원받으며 내놓은 자구책 중 하나다. 채권단에게 1조~2조 규모 유동성을 증명해야 할 대한항공은 최대한 값을 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부지 공원화 계획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서울시 매입 시 제값을 받지 못할 게 뻔해 속이 타지만, 자금을 지원할 정부에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원화 계획을 밝힌 것은 명백한 거래 방해 행위”라며 “시 측이 ‘누가 사들이던 사업 허가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어 입찰이 정상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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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해당 부지를 사들인 건 지난 2008년이다.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인수했으며 당초 계획은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이었다. 사업은 교육청 등 인근 행정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10년간 땅을 갖고 있던 삼성생명도 인허가 문제로 미술관 사업을 내려놨다.
전문가는 서울시 행보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정부·지자체 사업 예정지는 부동산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시각이다. 항공시장 악화, 정부 지원금 조달 등 대한항공 상황을 거래 ‘꼼수’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원화 취지는 좋지만 매각 중인 땅에 사업 계획을 밝히는 것은 ‘헐값 매입’을 노린 것밖에 안 된다”면서 “대한항공이 여유가 있다면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수 있지만, 매각이 급한 상황이라 시 측 의도가 더욱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가 공원화를 강행해 자산 매각을 방해한다면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도 물거품이 되는 꼴”이라며 “지원 대가로 헐값에 땅을 빼앗는다면 병과 약을 동시에 주는 것과 같으며, 불가피할 경우 국토부와 채권단이 시와 직접 조율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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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문화전문가도 같은 시각이다. 사유재산에 ‘공공화’ 개념을 씌워 그릇된 여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앞선 인허가 지연에서 비롯된 경제 손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최영민 숙명여대 관광문화학부 교수는 “송현동 부지는 가치가 매우 높은 땅으로, 한옥호텔 등 당초 계획이 실행됐다면 높은 경제적 효과를 냈을 것”이라며 “인허가 기관의 반대로 사업이 장기 표류한 상황에서 공공시설 전환을 갑자기 통보하는 것은 무례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기관의 정책 철학에 의해 사유재산의 개념과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면서 “개인 자산과 미래 가치를 존중하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후 정해진 일자에 따라 매각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부지 매각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상 완료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제 값에 팔지 못하면) 가지고 있어야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