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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매입가로 4671억원을 제시했다. 시는 해당 금액을 2022년까지 분할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시의 행보가 명백한 ‘거래방해’라고 지적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대한항공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4일 발송한 공문에는 “부지 매각 건에 대한 회사의 의견을 내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공시지가에 보상배율을 적용해 매입가를 책정했다. 시는 4671억원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한다는 내부 방침도 세웠다. 시는 해당 부지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공사비 170억원, 부대비 29억원, 예비비 487억원 등도 미리 책정해뒀다. 전체 예상 비용은 5357억원 수준이다. 시는 2022년까지 보상을 마치고, 2023년 집행을 시작해 2024년까지 공원화 사업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우려를 표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등 항공업황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 등 정부로부터 조(兆) 단위 지원금도 조달한 상태다. 송현동 부지 매각은 정부가 주문한 자구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시장이 예측하는 부지 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입찰 흥행 여부에 따라 매각가가 7000~8000억원까지 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해당 부지는 경복궁 바로 뒤에 위치해 ‘노른자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동성 위기로 부지를 내놓은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값을 쳐야하는 상황이다. 당장 현금이 급한 탓에 매각금 입금 등 모든 절차는 올해 안으로 마쳐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 가격을 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땅을 싸게 내놓으라는 엄포를 놓는 것과 같다”면서 “시가 인수 의사를 밝힌 땅에 민간이 제 가격을 주고 입찰에 참여하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의 부지 인수는 정당한 입찰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면서 “땅값을 2022년까지 분할납부 한다는 시의 계획은 대한항공의 자구안 시행 일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현동 부지는 인허가 문제로 민간의 수익 사업이 오랫동안 막혀있었다. 대한항공이 땅을 사들인 시기는 지난 2008년이다.
당초 계획은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이었지만 인근 행정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직전 주인은 삼성생명이다. 10여 년간 땅을 갖고 있던 삼성생명도 인허가 문제로 미술관 사업을 포기했다.
대한항공은 자체적인 매각 과정을 밟고 있다. 앞서 삼정 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이들은 현재 인수 희망자와 접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절차에 따라 부지를 매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