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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뿔났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에 대한 반발이다. 시가 6000억원 대에 이르는 알짜배기로 대한항공 자구안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현동 땅 공개입찰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지레 공원화 입장을 밝히면서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 앞으로의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다못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나섰다. 1만2000여명이 가입한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서울시가 일방적인 공원화 추진도 모자라 4600억원대의 헐값 인수와 2년 분할납부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서울시장 개인 정치를 위해 민간의 땅을 강제로 빼앗는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의 방해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내식과 항공기정비(MRO) 등 다른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며 "3000여명의 애꿎은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았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은 경복궁 뒤 1만1200여평(3만7000㎡)을 매각해 8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15곳 가량이 사전 참여의향을 밝혀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마감된 입찰에는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노조는 "10년간 묶여있던 땅을 임기 말에 공원화한다는 것은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박 시장의 임기 종료에 맞춘 ‘치적 쌓기’ 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녕 서울시가 공원화 매입을 원하다면 민간과 함께 경쟁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고 겨냥했다. -
시장은 이번 매각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경복궁과 중고등학교가 인접해있어 규제 해제가 필수적이지만 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인수 의사를 밝힌 이상 어떤 사업자도 규제를 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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