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고정비 부담-유동성 위기-구조조정' 악순환69억달러 긴급 조달한 FCA… 허리띠 졸라매고 버텨日 닛산, 英 재규어랜드로버, 佛 르노, 獨 ZF 등 감원
  • ▲ 올림픽대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 ⓒ뉴데일리
    ▲ 올림픽대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 ⓒ뉴데일리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 심리 침체로 인한 판매 절벽이 아직 심각한데, 임금과 임차료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업체도 잇달아 유동성 확보라는 방파제 쌓기를 서두르고 있다. 동시에 대거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경제에 또 한 번의 충격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로이터통신 외신 등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최근 이탈리아은행 인테사 산파올로로부터 69억달러(약 8조5500억원)를 대출 받았다. 이번 대출의 만기는 3년이며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올해 주주 배당금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버티고 있다.

    걸출한 완성차 업체가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분기(1~3월)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등 시장 7곳의 판매는 지난해 동기보다 27.5% 급감했다. 이곳은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전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1% 줄어든 703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 악화는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인력과 여유 생산능력을 없애는 등 몸집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이 바뀌는 분위기다.

    일본 닛산은 2019회계연도 기준 6710억엔(약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이에 한국 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를 철수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문을 닫을지 검토 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간 생산 대수는 540만대로 조정한다. 이는 기존 대비 20.0% 감소한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10억파운드(약 1조5200억 원) 이상의 대출을 해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다. 여기에 현지에서 근로자 중 1만8000명을 정리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르노는 현지에서 생산시설 6곳을 폐쇄 또는 구조조정 한다. 이와 함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1만5000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프랑스 정부가 관련 산업에 80억유로(약 10조9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이 밖에 독일 부품업체 ZF는 5년간 최대 1만5000명을, BMW는 5000명의 축소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에 각국이 유동성 지원, 내수 진작, 고용유지 등의 산업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매출 감소로 구조조정과 연구개발(R&D) 투자 계획 지연, 축소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