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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조합장들이 사업 지연을 이유로 쫓겨나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외부에서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해 조합장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전문조합관리인'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도입된 사례는 없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조합의 조합장 등 집행부 8명이 해임됐다. 조합장 비위 의혹과 함께 인·허가를 받아내지 못해 사업이 지체됐다는 사유다. 최근엔 조합원총회가 열려 사업 지체를 이유로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도 취소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흑석3구역도 지난달초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해임했다. 조합은 인근 재개발지역 대비 느린 사업 진행과 기대보다 낮은 일반분양가 등의 사유로 들었다.
최근엔 국내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손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일각에서도 조합장 해임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원 3400여명이 가입해 있는 온라인카페 지도부는 전체 조합원 6000여명에게 조합장과 임원 해임 동의서를 발송했고 조합장 해임총회 발의요건을 충족한 걸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장과 임원들이 무능하고 방만한 조합 운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사업비 증가를 초래했다"면서 "조합원들 의사에 반하는 깜깜이 의사결정으로 아파트 품질을 갈수록 저하시키는 등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반분양가를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좀처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7월내 일반분양에 나서지 못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한 점이 큰 이유가 됏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 대신 '전문조합관리인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시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온라인카페에서는 "더 이상의 사업지연을 방지하고 분담금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집에 입주하기 위해 조합장 해임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문조합관리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건축사, 기술사 등 총 3인의 후보를 섭외했다"고 전했다.
전문조합관리인제도는 2015년 '9‧2주거안정대책' 일환으로 나왔다. 기업의 전문경영인처럼 외부에서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각종 비리를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식 도입됐다.
전문조합관리인 자격은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건축사, 감평사, 기술사 자격 취득후 정비사업 분야에 5년 이상의 경력자 ▲조합 임원으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해도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할 수 있고 임기는 3년에 연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개포주공4단지, 서울역 센트럴자이, 답십리14구역, 우암2구역 등에서도 전문조합관리인 체제를 요구하는 일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조합원보다는 조합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렵고 사업추진 의지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전문조합관리인이 선정된 사례는 전무하다. 2017년 서울 마포구 아현4구역이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조합장을 해임한 뒤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하기도 했지만 정식 조합장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제한이 생겨 무마된 사례가 유일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비사업은 많게는 수천명 조합원들의 재산상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 속도에 민감하다"면서 "전문조합관리인 제도가 있긴 하지만 자격 기준이 높고 근로조건, 처우 등이 좋지 않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