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2년새 8조 '껑충'… 부채 22조 달해유가-정제마진 내리막에 연간 실적도 마이너스 전망공격적 투자 및 주주친화정책 등 지출 규모 부담도
  • ▲ SK이노베이션. ⓒ성재용 기자
    ▲ SK이노베이션. ⓒ성재용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업체 3곳 모두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한 가운데 공격적 투자로 재무건전성마저 저해되면서다. 연간 실적 전망조차 부진한데다 대규모 투자계획도 수립된 만큼 당분간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이스신용평가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신용평가3사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았다. 앞서 한국신용평가(13일)과 한국기업평가(27일)는 지난달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나이스신평은 △유가 급락과 수급여건 저하 등에 따른 이익창출력 둔화 △투자 및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대규모 자금소요 지속 △중기 재무 부담 확대 예상 등을 이유로 꼽았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1조77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1조38억원 이후 이어지던 하락세가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1분기 기준 3년치(2017~2019년) 영업이익 2조441억원 대부분이 증발한 셈이다.

    매출액(11조1629억원)도 지난해 1분기(12조7774억원)에 비해 12.6% 감소하면서 2016년부터 이어지던 성장세가 꺾였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8.93%에서 올해 -15.9%로 크게 낮아졌으며 순이익도 1979억원에서 1조7751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유가 및 정제마진 급락에 따른 정유 부문의 대규모 손실, 석유화학 및 윤활유 부문의 판매량 감소와 재고 관련 손실 등 여파다.

    특히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위축, 원유 과잉공급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재고 시차 효과 및 기말 재고자산 평가와 관련한 약 1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유가는 산유국간 분쟁 발생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3월 평균 33.7달러로 급락했다.

    석유화학제품 및 윤활기유의 경우 유가에 연동한 원재료가격 하락이 스프레드 지지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으나, 전반적으로 비정유 부문의 수급여건 및 제품 스프레드도 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각국의 봉쇄조치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휘발유, 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정제마진이 지속된 점도 수익구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2분기 이후 주요국의 점진적 경제활동 재개, 유가의 일부 반등, 사우디아라비아 공식판매가격(OSP) 인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점차 정유 부문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부문도 주요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 여파로 당분간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타 석유화학제품 및 윤활기유는 수요 부진에도 원재료가격 인하, 상위의 시장 지위 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스프레드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연결 기준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신용평가
    ▲ 연결 기준 연도별 영업이익.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신용평가

    그러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이후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재고 부담이 확대되면서 4월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하락했으며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중국 중심의 정제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기혁 한신평 실장은 "현 시점에서 2015~2016년과 같은 급속한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이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당분간은 유가·정제마진 및 주요 제품의 수급 상황, 배터리를 포함한 신규 사업의 영업성과에 연계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2분기 이후 점진적 회복에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중기적으로 2021년 이후 2018~2019년 수준까지 이익창출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거에 비해 저하된 수급여건상 2014~2016년간의 빠른 실적 회복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및 미중 갈등 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매출액 36조6399억원, 영업손실 1조70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은 지난해(49조8765억원)에 비해 26.5% 감소한 수준이며 영업이익(1조2692억원)은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재무안정성이다.

    1분기 기준 부채 규모는 총 22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19조원에 비해 11.4% 증가했다. 특히 차입금 규모가 같은 기간 8조원에서 13조원으로 급증(61.4%)하면서 건전성이 크게 저해됐다.

    부채비율은 135%이며 차입금의존도는 79.7%로, 절대적인 수치 기준으로는 부담이 적지만 직전 3년 평균 수치가 각각 85.8%, 29.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큰 폭의 실적 저하로 인한 현금창출력 약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투자 계획, 배당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및 관련 소재 투자 증가 등으로 올해 연간 CAPEX 소요가 4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2021년에도 2조5000억~3조원 규모의 투자가 지속되면서 중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결산 배당금 지출 규모는 축소됐으나, 2~4월간 4953억원의 자기주식 취득이 이뤄지면서 주주친화정책 관련 상당 규모의 자금 소요가 이어지고 있다.

    송미경 실장은 "2021년 이후에나 점진적 이익창출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1억1000만달러 규모의 페루 88·56광구 지분 매각대금 유입 등에도 중기적으로 부족자금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현금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원무 한기평 전문위원은 "향후 생산제품 마진 회복, 배터리사업 손실 축소 등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과 투자규모 축소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업황 변화에 따른 부문별 수익성 변동 수준, 배터리·소재 부문 등의 투자 진행 상황과 효과 가시화 시기, 재무안정성 변화 폭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