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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올들어 처음으로 서울에서 후분양 아파트가 분양에 나선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마지못해 후분양을 선택했지만 최근 몇년간 서울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큰 이익을 보게 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는 다음달말 이후에는 후분양 아파트가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1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 지역주택조합 사업인 '상도역 롯데캐슬' 아파트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는다.
무엇보다 이 단지는 이달 분양해 내년 2월 입주하는 후분양아파트로 입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게 매력이다. 당초 2018년 선분양을 하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보증 협상에 난항을 겪자 결국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분양가 규제로 조합측에서 바라는 분양가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연대보증을 통해 시공후 분양을 택한 것이다.
3.3㎡당 분양가는 평형별로 3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 초반대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59㎡A타입이 9억1300만~9억7380만원, 74㎡A타입이 10억7480만~11억5840만원이다. 후분양 단지여서 선분양때보다 2억~3억원 비싸졌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실제 단지가 들어서는 상도역 인근 '상도더샵1차'는 2007년 준공 단지임에도 전용면적 59㎡A타입의 실거래가가 지난 3월 기준 9억5500만원이었다. 준공된지 10년이 넘은 단지의 실거래가격이 신축단지 분양가와 비슷한 셈이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데다 입주가 빠른 만큼 선분양에 비해 전매가 용이해 분양가가 높은 상황에서도 청약 수요가 크게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강남 재건축 등 서울에서는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후분양을 조합원들이 선호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 사업비 8000억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조합에 후분양을 제안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후분양이 선분양보다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역시 조합의 후분양 선호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은 후분양을, GS건설은 조합이 분양시기를 정할 수 있는 프라임타임 분양제를 제안했는데 신반포21차 조합은 후분양을 제안한 포스코건설을 선택했다.
이에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건설사들의 후분양 제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후분양아파트는 입주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기간중 발생하는 금융비용이 반영되는 만큼 선분양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후분양을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는 건설사는 많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건설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