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주요 재무지표 '비교 우위' 눈길SK이노-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신용 전망 '하향''더딘 실적 회복-조 단위 투자 계획' 등 우려도
  •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하락에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유가 급락 등 여파로 정유업계가 가라앉았다. 신용평가사들도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GS칼텍스만이 유일하게 '현상 유지'에 성공했다. 비교우위에 있는 재무건전성이 한몫했다는 평이다.

    다만 악재들의 후폭풍이 2분기 본격화될 전망이며 2조원대 투자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마냥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진행한 정유업계 정기신용평가 결과 정유4사 가운데 GS칼텍스만 유일하게 등급변동이 없었다.

    지난달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AA+), 에쓰오일(A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현대오일뱅크(AA-)의 경우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1일 나이스신평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GS칼텍스(AA+, 안정적) 역시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1분기 1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평가로 신용등급 전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GS칼텍스는 정유4사 가운데 주요 재무지표가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GS칼텍스의 유동비율은 142%이며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45.6%, 103%다. 4사 평균 유동비율은 120%이며 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71.3%, 136%다. 유동비율은 4사 중 가장 높았으며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2015년 이후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했다. 그 사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차입금 규모도 크게 줄였다. 2011년 말만 하더라도 순차입금이 9조원에 육박했으나, 자회사 지분 매각과 투자 및 배당 축소 등으로 외부 차입을 적극적으로 축소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간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이 발생했다. 이 중 배당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연간 2800억~5700억원 수준이었다. 또 설비투자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통제하면서 차입 규모를 꾸준히 줄였다.

    신평업계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경우 2018년까지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ODC) 투자로 4조8000억원을 소모했고,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 투자 때문에 재무 상황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부터 투자금이 빠지는 HPC(복합석유화학공장) 프로젝트에 비해 지난해 나타난 지표가 좋지 않아 정유4사 중 유일하게 GS칼텍스의 회복세가 유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후폭풍 등으로 단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에 따른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신용등급 '방어'로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이다.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데다 2분기 악재들의 본격 반영 등 향후 영업실적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 규모, 전반적인 수요 감소 및 마진 저하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실적 회복 흐름에도 연간 기준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이후 중기적으로 2018년과 유사한 수준까지 이익창출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급 여건 저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과거에 비해 실적 회복 흐름은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를 점했을 뿐 지난해에 비해 재무구조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규모(4조4692억원)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조7036억원 늘어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26.0%에서 45.6%로 높아졌으며 부채비율도 84.1%에서 103%로 악 화됐다. 반대로 유동비율은 159%에서 142%로 저하됐다.

    여기에 연내 투자자금 소요도 예정됐다. 지난해부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올레핀 생산시설 설비투자 'MFC 프로젝트(2조7000억원)'를 진행 중으로, 올해 1조6700억원, 2021년 1조2500억원의 높은 투자소요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GS칼텍스의 재무제표가 정유4사 중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지난해보다 저하된 상황에서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향후 현금창출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 지가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재무안정성 덕분에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은 피해갔지만,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낙관적이라고 표현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