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소재' 아라미드, 국내 최대 규모 생산라인 구축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투명 PI', 연간 최대 성장 기대우수한 수익성 유지 및 신증설 종료로 점진적 재무안정성 제고도
  • ▲ 코오롱인더스트리. ⓒ권창회 기자
    ▲ 코오롱인더스트리. ⓒ권창회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경기 불확실성 속 고부가 신소재 사업 추진으로 중장기 성장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폴더블폰, 5세대 이동통신(5G), 수소경제 등 산업계 새 먹거리에 적극 나서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낮은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면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CPI®)과 아라미드(aramid, 헤라크론®)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10년 넘는 R&D 끝에 출시된 CPI는 최근 매출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투명 PI는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렸을 만큼 핵심 소재로 꼽힌다.

    일본 기업만 생산할 수 있었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7년 세계 최초로 연간 100만㎡, 스마트폰 2500만~30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구미공장에 완공하고 양산체제를 갖췄다.

    CPI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 필름은 지난해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폴더블폰을 생산·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테스트·제작용으로 구매에 적극 나서면서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라는 후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PI 필름과 관련한 국내 특허의 80%인 10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련 특허 중 50%인 200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또한 생체인식 전문기업인 크루셜텍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생체인식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가 확대돼 원가 절감 효과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퍼 소재'로 알려진 아라미드의 경우 구미공장 증설을 예정보다 빠르게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증설 완공으로 연간 아라미드 생산량은 국내 최대 규모인 7500t으로 늘어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라미드는 5㎜ 정도 굵기의 가는 실이지만, 같은 중량의 철보다 다섯 배 강하고 500℃가 넘는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소재다. 주로 소방관용 방열복, 방탄복, 방탄헬멧 등에 쓰인다.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 제품은 생산량을 늘렸지만 주문이 밀려들어 재고가 쌓일 새도 없이 생산되는 즉시 고객사로 인도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불황에도 나 홀로 성장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을 견인했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 북미·유럽 등에서 5G 상용화에 따른 통신망용 광케이블 구축과 맞물리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내부 보강재와 타이어 보강재에 아라미드가 포함돼 관련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듀폰(43.3%), 일본 테이진(33.4%)에 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10.7%)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자료를 보면 국내 아라미드 시장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7%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2015년 1월 32만t이었던 수출량은 지난해 7월 51만t으로 늘어났다. 수요 급증으로 2017년 상반기 ㎏에 17달러 내외였던 가격이 지난해 7월 23.8달러까지 올랐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5G 광케이블, 미국·유럽 방탄향 신규 입찰 증가로 올해 아라미드 사업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증설 분의 경우 기존 라인에 비해 생산속도가 빠르고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서 실제 생산능력이나 매출액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 PI필름 'CPI®'. ⓒ코오롱인더스트리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 PI필름 'CPI®'. ⓒ코오롱인더스트리

    수소연료전지 주요 부품 개발과 석유수지 신공정 구축 등에도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독자기술로 개발 완료한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 HRR(High Reactive Resin)의 경우 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1월까지 여수에 1만3000t을 증설할 계획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HRR은 실란트·타이어·자동차용 접착제 등 고성능 접착제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증설 완료시 석유수지 생산능력은 20만t으로 증가, 세계 2위 업체로 등극하는 동시에 석유수지로만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개선할 계획이다. 외형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우선 확대하고 신성장동력이 되는 기업을 M&A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기밀유지협약(NDA) 사항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으며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장기 성장 발판 마련과 주력 사업 부문인 산업자재, 화학 부문의 우수한 경쟁력, 필름·전자재료 부문의 실적 개선세 등을 고려했을 때 중단기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92%에서 올해 4.06%, 내년 4.78%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의 경우 매출액(4조4346억원)은 지난해(4조4071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영업이익(1804억원)은 소폭 상승(4.30%)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매출액 4조8589억원, 영업이익 2327억원 등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35%, 78.2%로 양호한 수준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이후 신증설 투자 집행 등에 따른 자금소요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까지 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 베트남 타이어코드 1차 투자와 마곡산업단지 개발 투자, CPI 설비투자 등 사업 확장을 위해 진행된 다수의 신증설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됐고, 올해 1분기에는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지분 매각으로 매각대금 3035억원이 유입돼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소폭 개선됐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최근 3년간 1조7000억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부채(3조102억원)가 지난해 1분기(3조3660억원)보다 10.5%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18.1%p 개선됐다. 부채 감축에 따라 이자비용도 190억원에서 174억원으로 8.29% 줄어들었다.

    유동성도 보강되면서 안정성도 제고됐다. 유동비율은 99.0%로 낮은 수준이지만, 2016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오던 감소세에서 반등(+15.8%p)에 성공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 역시 지난해 671억원에서 1236억원으로 84.2% 크게 늘어났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중단기적으로 11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추가 증설 투자, 500억원 규모의 석유수지 증설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신규설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운전자금 부담 등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수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제반 자금소요 상당 부분에 자체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