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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가 쌍용차 투자금을 새롭게 수혈받아 완성차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쌍용차 주가 및 포드와의 합작사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묘수로 해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쌍용차 관련 지분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투자자를 모색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신규투자를 받기 위해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분매각을 할 경우는 신규 투자금이 쌍용차로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 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수 희망자가 유상증자를 하면 그 자금이 쌍용차에 투입돼 신차개발 등 중장기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마힌드라는 참여하지 않고, 인수 희망자는 원하는 만큼 참여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만큼 마힌드라는 보유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경영권을 넘겨주겠다는 얘기다.
마힌드라의 이같은 전략은 쌍용차를 끌고 갈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아직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쌍용차를 통해 완성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이다.
특히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계획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마힌드라는 지난해 10월 포드와 2억7500만 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힌드라와 포드 지분율은 각각 51%, 49%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합작사에서 쌍용차 역할은 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SUV 명가인 쌍용차 2대주주라는 타이틀이라도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마힌드라가 인수 자금을 포함해 지금까지 쌍용차에 쏟아 부은 금액은 약 7000억원에 이른다. 지금 지분 매각으로는 많이 건져야 절반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를 통해 어떡해서라도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쌍용차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해 3860원에 거래됐다. 마힌드라가 보유한 주식수 1억1185만5108주와 주가를 단순 계산하면 주식가치는 4317억원에 이른다. 지난 19일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매각 이슈가 나오기 전에 쌍용차 주가는 2000원대 전후에 불과했다. 2거래일 동안에 주가가 2배 가량 뛴 것이다.
즉, 현재 주가 기준으로 마힌드라 지분의 절반 가량을 확보하려면 22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인수희망자가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이 이정도로 추정된다.
쌍용차가 마힌드라를 통해 해외에서 빌린 자금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쌍용차가 1년 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JP모건 400억원 등 외국계 자금이 약 2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마힌드라의 지급보증 덕분에 쌍용차가 빌린 차입금으로, 여기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인수희망자가 대주주가 될 경우에는 차입금 상환을 해야 한다. 물론 관련 조항에 대해서 인수희망자와 외국계 채권단이 새로운 계약과 협정을 맺으면 상환이 연장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차입금 상환 부담이 아주 클 수 밖에 없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투자자 찾기를 희망하는 것은 신규 자금으로 쌍용차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도 쌍용차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3년 이상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마힌드라 2300억원, 쌍용차 자구노력 1000억원, 산은 등 정부 지원으로 1700억원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마힌드라도 코로나19 탓에 인도 현지 공장들이 셧다운 되면서 쌍용차 지원을 40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