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행 '재포장 금지법' 원점서 재검토논란 속 내년 1월로 연기… 유예기간 두기로1+1·묶음할인 규제에 업계·소비자 난색
  • ▲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연합
    ▲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연합
    환경부가 다음달 1일 시행 예정이던 재포장 금지법을 재검토하면서 식품업계가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이 규정에 대해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반발이 일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해당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시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환경보호라는 명분 아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추진이라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 재질, 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정(재포장 금지법) 세부지침을 협의체들과 재검토한 후 수정, 보완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제조사, 유통사, 시민사회·소비자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들과 논의를 통해 세부지침과 쟁점 사항들을 보완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실시하는 할인 판촉행위 자체나 가격 할인 행위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1+1 등 기획상품을 판촉하면서 해당 상품 전체를 비닐 등으로 다시 포장하는 등 불필요한 포장 행위만 금지하는 것이며 원래 목표했던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해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8일 재포장 금지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환경부가 지난 1월28일 개정·공포한 재포장 금지법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이었으나 1+1 등 묶음 판매를 금지하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논란을 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1, 2+1 등과 같이 가격 할인 판매를 할 때 제품을 2개 이상 묶어 추가로 포장하는 경우 재포장에 해당된다. 판매되지 않는 사은품 등을 포장된 단위제품과 함께 포장 것과 여러 제품을 묶어 포장(1+1 등 가격 할인 등이 아닌 경우)하는 것을 재포장으로 봤다. 이 규정을 다음달 즉시 시행이나 3개월 계도기간을 제시하면서 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계에선 증정품을 포함한 기획세트 등 생산 계획 변경을 검토했다. 물리적으로 재포장 자체가 금지되기 때문에 가격 할인, 제품 증량 등도 고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포장 금지법을 다음달 바로 시행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었다"며 "환경 보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공감하지만 현장의 충분한 입장을 고려해 결정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유예된 것에 대해선 환영한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제품 재포장은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주력으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여기에다 제품의 재포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모호한데다 제품별로 포장법이 다양하고 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화장품별로 사례가 제각각으로 혼란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재포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재포장이 불가피한 예외 기준 등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기대한다"라면서도 "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번 제도 시행으로 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진행해왔던 것들이 바뀔 경우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보다는 기업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