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마트·데상트 영업익 각각 12%·78% ↓… GU·로이스 철수日 맥주 수입량 '뚝'… 편의점선 사실상 퇴출"일본 불매운동 여전히 현재진행형"
  • ▲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들ⓒ뉴데일리DB
    ▲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들ⓒ뉴데일리DB
    지난해 7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단행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유통업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일본에 의존적인 기업들에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년여 지난 현재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이 정착되면서 사업 축소는 물론 철수하는 등 일본 기업의 피해가 컸다는 평이다.

    ◇ 불매운동에… 백기든 日 브랜드 

    지난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본산 원료나 포장재를 쓴 기업 리스트가 게재된 노노재팬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하루에 수십개씩 일본 제품 리스트가 올라왔고 소비자들에게 공유됐다.   

    그 결과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불매운동을 폄하한 일본 현지 임원의 발언, 역사왜곡 광고 등으로 논란을 산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했다. 2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ABC마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5459억원으로 2018년 대비 6.7% 늘었고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데상트코리아도 매출이 1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78% 급감한 90억원에 그쳤다.

    인기가 높았던 일본 맥주도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87.8% 감소한 63만 달러(약 7억7300만원)로 조사됐다. 급기야 최근엔 일본 맥주가 편의점서 사실상 퇴출됐다. 편의점 CU는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수입 맥주 12종에 대해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한국을 떠나는 일본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다음달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GU(지유)가 한국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지유 철수 결정은 지난 2018년 9월 한국에 진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지유는 한국에서 3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생초콜릿으로 유명한 로이스도 한국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또 2018년 국내에 진출해 23개까지 매장 수를 늘린 일본 햄버거 브랜드 모스버거도 경영난으로 매장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업을 접는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것으로 해석한다.
  • ▲ 일본 신발 편집숍 ABC마트 전경ⓒABC마트
    ▲ 일본 신발 편집숍 ABC마트 전경ⓒABC마트
    ◇"1년 지났지만" 불매운동은 진행중

    일본 기업에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니클로는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공하면서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고 한국에 대한 도발이 계속되면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이 3337개 가구 6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 가구 내 식품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분석에 따르면 수출 규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 비중은 과반수에 가까운 49.2%에 달했다.

    수출 규제 문제 해결 이후까지 불매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자도 26.6%로 조사됐다. 불매운동 지속기간으로는 1~3년이라고 예상한 응답이 34.4%, 3년 이상이 25.9%였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선 일본 색깔 빼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자사 제품에 포함되는 일본산 원료를 대체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햇반에 사용되는 일본산 미강 추출물을 국산으로 변경했다. 오뚜기도 맛있는 오뚜기밥 용기 중 5% 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산 용기 사용을 중단했다.

    화장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화장품 원료 강국으로 우리나라도 한때 일본산 원료 수입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품 원료는 1억3489만달러(1633억원)어치로 전체 비중에 23.5%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제품의 경우 일본 분위기의 패키지를 최소화했다"면서 "화장품은 브랜드 모델이 중요한데 선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다만 한일 관계 경색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양국 기업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일 한국 기업 3곳 가운데  2곳 이상(69.1%)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 내 사업 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도 품질 경쟁력이 높고 일본산 외에도 대체할 수 있는 타 브랜드들이 많다"라며 "불매운동이 진정되더라도 과거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