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4메가 D램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선정 쾌거1992년 D램 시장 1위 등극 후 반도체 한국 위상 강화불모지서 이뤄낸 신화… 총수 리더십 '과감한 투자' 원동력
  • ▲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1985년 방진복을 입고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삼성
    ▲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1985년 방진복을 입고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0일 64메가 D램(64M DRAM)이 '2019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높고 후대에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등록해 보존·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이는 지난 2013년 64K D램이 우리나라 근대산업사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문화재청이 지정한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국가가 인정해주는 두 번째 인증이다. 

    삼성전자의 64메가 D램 개발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트랜지스터 단품 정도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오늘날 세계 반도체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화'를 이을 차기 주자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점찍고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1일 64메가 D램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지 28주년을 맞는다. 64메가 D램 개발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로 작용했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강력한 리더십이 이뤄낸 결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역사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전자 산업은 단순 조립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TV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의 기술력 부족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외부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오일쇼크로 가전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삼성전자는 위기를 겪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뛰어들게 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만이 삼성이 3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는 미래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주변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할 때다. 한국에서 반도체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인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이건희 회장은 직접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하는 등 강한 신념을 보였다. 이후 미국과 일본의 치킨게임 및 반도체 불황 등 우여곡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1983년 가능성을 확인한 이병철 선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지난 1988년 부터는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며 삼성전자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도 반도체 일류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전자가 D램 선두로 올라선것도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부터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11년만에 업계 선두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1등 DNA'와 '초격차 전략'을 적극 펼치며 명실상부 '퍼스트무버'로 우뚝섰다.

    이어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2002년 1위를 석권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명가로 거듭났다.

    이 같은 반도체 신화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두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비메모리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반도체 비전 2030' 제시했다.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까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세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시스템 반도체로 대변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1.5배 이상 큰 시장이다. 특히 로봇, 바이오, 자동차 등 4차산업 발달로 오는 2022년에는 30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10조원을 투자해 EUV 기반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시설 구축을 발표했다. 기존에 구축한 경기 기흥·화성사업장에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까지 파운드리 공장을 확대했다.  

    지난 2월에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나서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도 넓혔다.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주력 생산하는 등 초격차 전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EUV 노광 기술 기반으로 최근 7나노 제품 양산과 6·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는 등 초미세 회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4나노 핀펫 공정과 3나노 MBCFETTM 공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나노 적용 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5나노, 그리고 4나노 핀펫 공정을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육성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면 또 하나의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