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사 자율규약 준수하라” 기자회견일산 아파트단지에 7개 출점 비판… 100m 출점 제한 전국 확대 요구50~100m내 출점 자제 불구… 점포수 경쟁에 협약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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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업계에 출점 경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편의점 옆 편의점을 막는 ‘근접출점 자율 규약’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본사와 점주 간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과밀 출점을 지양하자는 반면 본사 측은 조례 기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 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 본사 자율규약 준수하라” 기자회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CU가맹점주협의회,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본사에 대해 자율규약을 준수하고 과밀 입점을 지양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편의점주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과밀출점을 한다”며 “스스로 만든 자율규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자율규약 위반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피해는 편의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100m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편의점 신규출점은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담배 소매인 지정에 좌우된다”며 “편의점 과밀문제의 실질적 해소를 위해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100m 전국 확대가 무엇 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12월 편의점 업계는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지역별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와 같은 50~100m로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출점 제한 기준의 핵심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다. 지자체가 담배를 팔 수 있는 소매점 허가를 내주는 거리를 자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서울은 50m 또는 100m, 부천을 포함한 서울 외 지역은 대부분 50m다.

    그러나 올해 4월 편의점 4사(CU, 세븐일레븐, GS25, 이마트24)가 경기 고양시 일산 윈시티 킨택스 아파트단지 2208세대 규모 내에 편의점 7개를 출점하자 가맹점주들이 반발한 것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청은 지난해 입점 시기에 맞춰 담배소매인 선정 공고를 냈다. 편의점 점주들의 신청을 받고 1~2차에 걸쳐 GS25 2곳, CU 1곳, 세븐일레븐 1곳을 선정했다. 여기에 담배권을 얻지 못한 이마트24 점포까지 총 3곳이 들어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24 신규 점포 한 곳이 자율 협약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마트24 점포는 기존 CU 매장과의 거리가 49.45m로, 50m 이상인 지자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담배 소매권을 승인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점주 측은 정면 반박했다. 관할 지자체인 고양시의 조례에 따라 사전에 거리를 측정했는데 50m가 넘어 점포를 출점했다는 것이다.

    이마트24 점주는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자율 협약 위반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규약심의위원회는 행정 소송 결과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자율규약 위반 여부는 소송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정밀한 검토 후 출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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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100m내 출점 자제 불구… 점포수 경쟁에 협약 무색

    편의점 근접 출점 규제인 자율협약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초에 강제성이 없는 업계 자체 규약인 데다 법적인 처벌이 전무해 점포 수 경쟁에 열을 올리는 업체 입장에서는 안 지켜도 상관없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율규약을 둘러싼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과도한 점포 수 경쟁을 꼽는다. 실제 주요 업체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올해 들어서도 업체별로 매달 100여 곳씩 점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마트24의 점포수는 4866개(6월 말 기준)다. 이는 상반기 기준 400여 개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5000점 돌파와 흑자전환이 내부 목표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가장 공격적으로 출점정책을 펴왔다. 

    이런 무한경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가맹점주들이다. 편의점이 취급하는 품목은 거의 똑같아 같은 상권에 경쟁 점포가 생기면 기존 편의점의 매출은 절반, 만약 새로 생긴 점포 면적이 더 클 경우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점포 개설 예정지 인근에 다른 참여사의 직영점 또는 가맹점이 운영 중인 경우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 인구,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